설날이 지나고 다음날 난 집 근처 마트를 갔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같이 설날을 보내고 있는 제자에게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결국 또 돈타령을 한다. 요즘 제자는 나에게 돈을 아끼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그럼 쓸 때 쓰고 줄일 때 줄이면 된다고 하지만 내게 미안함 마음이 크기에 본인이 사면 모를까 거의 없다고 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제자, 사실 제자는 과일을 엄청 좋아한다. 용과, 용과를 좋아하는데 용과는 제자 때문에 알았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 집에 잠시 머문 적이 있었는데 제자가 마트에서 용과를 보더니 "선생님 이거요"라고 하고 집어 든 용과를 보고서 "이거 먹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그럼요. 얼마나 맛있는데요"라고 해서 처음 알게 된 과일이다. 그 이후 용과를 보게 되면 제자에게 "용과 먹을래?"라고 묻지도 않고 집으로 가져가면 그 자리에서 두 개는 거뜬히 먹는다. 밍밍하고 무슨 맛인지 모르는 과일에 나는 도리질을 하고 넌 참 입맛이 묘하다,라는 말을 하고서 제자의 다채로운 입맛을 난 늘 높이 평가한다. 태국 음식점에서도 망고 찰밥을 먹는 모습을 보노라면 맛있을까? 하고 의문을 띄우면 혼자서 웃음을 멈추지 않고 먹는 모습을 보면 역시 음식 취향은 다른가 보다 한다.
그래 8천 원, 마트를 갔더니 아저씨가 큰소리로 광고를 하셨다.
"어머니들 이제는 이런 가격 없습니다. 딸기 한 팩에 8천 원 두팩에 1만 5천 원. 한정수량이고요, 지금 이 시간에 옵니다. 자 이제 시작입니다. 뛰세요"
정말 순식간에 어머니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나는 눈으로만 보다가 고민을 했다.
과연 맛있을까? 하지만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색깔이 좋은데"라는 말과 함께 많이 사시는 걸로 보아 검증이 된 것으로 나도 줄을 서기로 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줄어들기 무섭게 아저씨는 또 광고를 하셨다.
"자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요. 줄을 선 다고 하셔도 못 사실 수 있겠습니다. 저희가 설날에도 이 가격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전해 드립니다"
내 앞에만 15분이 계셨다.
나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시간을 끌며 투팩에서 그 이상을 구매하시는 분들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
그리고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이야기하셨다.
"지금 한정 수량이 딱 50팩이 남지 않았거든요. 이제는 거의 마무리..."
그렇다. 이제 내 앞에 10분이다. 난 기도를 했다. 제발 한 팩이라도 건지자.
그렇게 내가 고르게 된 순간, 남은 건 딱 3팩 욕심에는 3팩을 사고 싶었지만 뒤에 기다리시는 분이 나에게 우리 같이 나눠서 사요,라는 말씀을 줄 서면서 하셨기에 양심상 한 팩을 샀다.
집으로 가서 제자에게 눈을 감으라고 하고 맞춰 보라고 했더니 제자는 이리저리 만지더니 "에이 이건 딸기인데"라고 맞춰서 "용하다" 하며 웃으며 딸기를 맛보았다.
좋으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정말 제자는 그 자리에서 한 팩을 다 먹어서 나름 아쉬웠다.
다음날 갔지만 딸기는 없었고 그다음 날 가니 다행스럽게 딸기는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많이 올랐다.
어쩔 수 없어서 또 한팩을 사서 제자에게 주었더니 이제는 딸기 그만 사라며 웃음을 보이는데 싫지 않은 듯하여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마음이 이런 건가 싶었다.
8천 원의 행복으로 그날 밤은 내내 딸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봄에 딸기를 먹었다. 그래서 엄마는 5일장이 서면 3바퀴는 돌고 사주셨고 봄에는 딸기잼을 만드셔서 식빵에 올려 주셔서 그만큼 맛있는 잼은 없었다.
지금은 만들지 않으신다. 먹는 사람도 없거니와 설탕이 많이 들어가니 몸에 좋지 않을 거라고 대신 딸기주는 만드신다. 아빠가 술을 즐겨하시니 과실주를 담그시는 거다.
엄마는 처음에 딸기주는 무슨 딸기주냐고 하시더니 처음해 만들고 그다음 해 맛을 보시더니 꽤 괜찮네, 하시고서는 결국 봄에는 딸기주를 담그신다.
우리가 봄에 가면 전에 딸기주를 조금 주신다. 그렇게 봄을 시작한다.
8천 원의 행복을 느끼면서 설날 연후를 보내고 제자에게 사람은 많은 것보다 세세함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고 다 아는 이야기를 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제자는 나에게 이런 에피소드는 잊지 말자고 이야기를 하며 잠이 들었다.
앞으로도 8천 원의 행복은 오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