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다음엔 뭐지?

by 몽접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고 했다. 이미 난 둘리가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스트레스가 최상위층이다.

이러다 나는 내 눈알은 노트북에 기증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매달 한 번 가는 정신과에서는 경고를 받고 있지만 약에 의지하면서 사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져서 약을 버리고 싶은 간절함을 억지로 누르고 살고 있다. 그래서 이직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직을 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는지 그냥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마음을 잡으며 아침에 일어나 어딘가에 갈 곳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말을 하면서 나를 다스린다. 그리고 지금은 일을 할 곳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 비명에 나도 다르지 않음을 느끼는 것은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거의 멘붕이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 한 시간 전에 또 일이 부과가 되었다. 팀장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일을 나눠서 하자고 하는데 누가 봐도 팀장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나누자고 하는데 나는 알겠다고 이야기 하는데 속으로는 이건 뭐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바로 한 달 전에도 이런 식으로 해서 내게 과중한 업무를 주었기 때문이다.

팀장이면 다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건가?라는 도발 발작 버튼이 눌렸지만 꾹 참고 그래 이 정도면 더 이상 던지는 일은 없겠지 하고 참고 일을 하는데 오늘 또 일이 넘겨지니 도대체 당신이 하는 일이 뭐길래 나에게 주는 건데,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에게 하는 이야기란 "연차가 되니 가능하죠?"


또 연차 타령이다. 연차면 모든 일을 다 할 거라는 생각,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는지 연차가 왕관의 무게라면 그럼 내가 팀장이 되어서 한다고 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일을 오래 했다고 해서 주어지는 일이라면 신참에게는 어떤 일이 주어졌을까?

일을 알게 된 건 점심시간이었다.

"자기는 이번에 일 맡았어?"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지금 하는 일도 버거운데 무슨 일요, 제가 괜히 했다가 망해요"

이런 받은 게 없다.

그리고 내 옆에서 밥을 먹고 있는 동료에게 물었다.

"자기는 받은 거 없어?"

동료는 "또 받았어?"

갑자기 숟가락을 하늘로 들고서 내게 묻는다.

나는 "응"

동료는 "거절을 하라니까 , 칼 같이. 자꾸 받아주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나 저번에 언제였지 아무튼 하라고 해서 못하겠다고 했어. 물론 욕은 먹겠지. 그런데 나는 살아야겠어. 그래서 싫다고 했지"

갑자기 나오는 한숨에 동료는 "그러니까 칼 같이" 갑자기 칼모양을 그리며 나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시켰다.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내 욕심이 아니라 일이 커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건데 자꾸 이렇게 과중이 된다면 용암보다 뜨거운 내 분노가 언젠가는 폭발할 것 같아서

아마도 언젠가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이번에만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아니다, 이번에는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까지 쏟아 오른다.

그래, 가자라는 생각이 드니 그동안 일을 했던 자료들 정리를 하고 문을 열어야겠다.

일을 저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아닌 건 아닌 거다.

더 이상 둘리 이상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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