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by 몽접

나는 많이 내려놓고 산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너무 일이 심해서 마음이 번잡해서 이러다 내가 쓰러지겠다 싶어서 최대한 간소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갈등이 생기면 내가 끌어안고 그러면 갈등이 내 문제가 되어서 나 스스로 아프면 그만이면 되지 했다. 그게 쌓였던 걸까. 주말 내내 아팠다. 어디서 두드려 맞은 것도 아닌데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


대학생 때가 생각났다. 옥탑방에서 하루는 겨울이었는데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아서 추운 방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그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니 어딘가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이 아파서 바로 목욕탕으로 직행해서 겨우 몸을 풀고서 옥탑방을 매물로 내놓고서 고향으로 가서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왜 주인에게 이야기를 안 했냐고 해서 순간 잊었다고 했더니 긴 한숨을 내쉬고서는 내게 눈물을 보이셨다.

그때까지도 얼굴에는 긴장이 있었고 뜨끈한 방에 잔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지는 그때 또 체험을 해서 겨울이면 나는 돈이 나오더라고 아주 뜨겁게 잔다. 수족냉증으로 태어나 정말 추위는 적이지만 더운 것보다 나아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는 핫팩을 끊임없이 하고 갑상선 저하층 약을 잘 챙겨 먹고 카페인을 줄이는 일이다.


이렇게 저렇게 많은 일을 하다가 이제는 목까지 스트레스가 쌓이니 음식욕구가 없어서 먹는 것도 부실해서 체중감량은 자연스럽게 일어났고 처음에는 좋았으나 이건 누굴 위해 살아가는가에 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내려놓기로 했다.

일도 나도 , 처음에는 어떻게 내려놓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완벽주의 성향을 좀 내려놓기로 했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았다.

내게 떨어지는 따박따박 페이지들을 그냥 무심히 지켜보면서 완벽보다는 그냥 시간을 지키는 완성으로 하고 집안일도 다소 느슨하게 일을 해서 아침에 간단하게 청소로 마무리하고 10분 정도는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며 출근길을 시작했다. 회사 도착 지점 정류장 2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으며 아무것도 듣지 않고 걸으니 주변이 건물과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고 늘 있던 커피숍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는 최근에 알았다.

그리고 무인카페가 있는지는 정말 최근에 알았다.


늘 다니던 길이다. 그런데 횡단보도가 90초를 나타내며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고 그 횡단보도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걸으면서 나는 일부러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있고 회사에서는 스몰토크도 하지 않고 있다. 그냥 나와의 거리를 두고 싶어서 그렇다. 말을 하면 뭔가 원인이 되고 결과를 만들고 싶지 않다. 불가의 입장에서 보는 연기론이다. 그 연기론에 발을 닮기 싫어서다.


그리고 자식이다. 난 맏딸이다. 맏딸로서 신경을 안 쓰기로 했다. 그냥 딸로서 살려고 한다. 이래저래 집안 대소사를 챙기며 살았다. 그런데 이것도 일이 바빠지면서 스트레스, 결국은 여동생에게 이야기를 해서 나는 잠시 쉬기로 했다.


마지막은 나 자신에게 굿바이를 외치려고 한다.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만들어 놓은 그 틀에서 벗어나면서 나는 자유롭게 살려고 한다.

밑바닥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도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해서 경계선을 지키며 내려놓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걸 내려놓아도 아무렇지 않다는 거다.

안달복달해도 나에게 오는 질문도 없고 결과도 다르지 않다는 거다.

그냥 내가 놓지 못해서 주먹을 쥐고 살았다는 거다.

그러니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던가 하고 숨을 내쉬어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두고 아침에 일어나면 포스트잇으로 정리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흘러가는 대로 살면서 의식의 흐름에 나를 맡기면서 살아보면 또 다른 내가 있겠지만 내려놓고 보니 쓸데없는 것을 쥐고 살았음을 이제야 알았다.


이제는 좀 편하게 살았음 한다.

이것도 의식이다.

이 질문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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