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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04. 2022

비빔밥은 계란보다 진심이다.

며칠 전 제자와 여름을 나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하나 마련했다. 서로 먹고 싶은걸 말하기 했다. 그리고 돌림판을 만들어서 걸리면 그걸 먹기로 했는데 믈론 외식도 있지만 집에서 밥을 먹고 싶어서 거의 집밥이 있었다. 난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외식이 나오길 바랬지만 비빔밥이 나왔다. 제자는 깔깔 웃으며 "아싸 당첨" 하면서 난 "너는 그렇게 좋냐?" 하면서 말했고 제자는 "저는 모르겠고 선생님 밥이 제일 맞있다는 건 애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어쩌겠습니까" 하면서 빙그레 웃는데 얄미웠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이런 재료 부족이다.


결국 제자와 마트를 가서 야채를 샀다. 그런데 제자는 "선생님 고기?" 난"고기?" 제자는 "네" 난 "왜?"

제자는 웃으며 '아니 그래도 비빔밥에 고기 정도는 들어가야..." 웃으며 말하는데 '그래 그러자' 하면서 갔더니 세상에 물가는 너무 올랐다. 그래도 사달라는 놈을 물릴 수 없어서 "저기요 고기 한우로.."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나오는데 급히 어디론가 뛰어갔다. '아니 저 녀석이 어딜 저렇게 가는 거야' 하고 보는데 커피숍이었다.


난 들어갔다. 이미 주문에 돈까지 계산을 하고 "더우시죠? 제가 계산까지 했습니다. 드세요"

하여튼 예민하고 자상한 놈이다. 그래서 난 웃으며 "하여튼 자세하다니까" 웃으며 우리는 각자의 음료를 마시며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덥다"


그렇게 난 음식을 준비하고 쌀을 올리고 지지고 볶으며 비빔밥을 했다. 그러고 보니 반숙이 없다. 또 편의점을 갔다. 역시 배신이 없는 편의점 반숙을 사서 제자의 밥에 올리며 제자는 "벌써?" 난 "이 놈아 시간이 2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우리는 먹었다.


난 웃으며 "여자 친구 생기면 이런 거 해달라고 하면 너 잘려"

제자는 "이런 걸 왜 해달라고 해요, 사 먹지"

난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제자는 "에이 요즘 젊은 사람들 이런거 잘 안 해 먹어요"

난 "그런데 너 나한테 해달라고 하잖아"


제자는"선생님은 잘하시고 맛있잖아요, 그리고 애들이 여기 놀러 오면 배달음식 안 먹는 거 아시면서"

어이도 없지만 얄미워서 "나 앞으로 음식 안 하련다, 억울하다.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배달하고"

제자는 "아니 그게 아니고 , 아니 그리고 요즘 결혼하기 힘들어요. 만약에 해달라고 해서 제가 잘리면 책임지실 겁니까?"

난 그도 그런 거 같아서 "아니"

제자는 "그것 보세요 그러니 전 여자 친구 생기면 오손도손 배달할 겁니다.ㅋㅋㅋ"

난 "야 네가 설거지 해!"

제자는 "알겠습니다.ㅋㅋ"


날 놀리는 것에 푹 빠진 제자가 얄미워 "야 너 진짜 나중에 여자 친구와 나를 차별하면 나 그때는 요단강 건넌다"

제자는 "여자 친구와 선생님은 급이 다릅니다."

난"그래?"

솔깃했다.

난"어떻게 다른데?"

제자는"아니 여자 친구는 여자 친구고 선생님은 하늘 위에"

그 말에 난 맘이 풀려서 "그렇지 그렇지 호호호" 이 간사한 마음, 그렇게 우리는 점심을 마쳤다.

갑자기 제자는 "선생님 어렸을 때는 비빔밥 어머니가 많이 해주셨죠.?"

난 "그렇지"


생각해보니 비빔밥은 정성이고 진심이었다.

아빠는 늘 비빔밥을 사람들은 그냥 있는 것 없는 것 다 넣고 비비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셨다. 깐깐한 할머니는 색깔을 맞추셨고 음식의 향을 배려해서 만들어 주셨단다. 그래서 남들은 그냥 돌리고 비빈다고 했지만 그게 이해가 안돼서 한참을 고민하셨다고 한다.


결혼하고 엄마는 밥을 하실 수 없어서 아빠가 하셨는데 옆에서 본 엄마는 그게 신기해서 배우시고 처음으로 아빠가 비빔밥을 엄마에게 해드렸는데 엄마는 "이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네, 하긴 우리 엄마도 엄청 진심으로 했어" 하셨단다.


외할머니는 채식주의자셨다. 90세 평생을 채식을 하셔서 유일하게 즐기신 음식이 비빔밥이셨는데 갖은 채소를 넣고 그 위에 두르는 참기름을 세 바퀴 휘두르고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걸 보시고는 "비빔밥은 진심으로 하는 거다, 먹는 것도 정성으로 먹어라" 하시며 한 그릇 한 그릇을 골동반에 내어 주셨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엄마는 콩나물부터 갖은 나물이 오늘내일하면 큰 그릇에 다 넣어서 비벼서 고추장을 넣고 비비시고 대신에 된장찌개를 정말 맛있게 끓여서 내어 오셨다. 그래서 그 비빔밥은 참기름보다 된장찌개가 주인이었고 아빠도 찌개가 정말 맛있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하셨는데 비법은 할머니가 전수해주신 된장이었다.


할머니는 일 년 농사가 고추장과 된장이라고 늘 강조하시는 분이라 고추장 된장 하는 날은 며느리 아들 손주 손녀 죄다 불러 모아 이렇게 하는 게 삶이고 노력이라는 걸 직접 보여 주시는 분이시다. 덕분에 허리가 휘지만 그렇게 보는 게 난 신기해서 "할머니 이렇게 어렵게 먹어야 해?"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음식을 어째 꽁으로 먹으려고 해" 하시며 부단하게 움직여야 그날 밥을 먹을 수 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때는 당장 힘들었다.


제자에게 우리 집 룰을 이야기하니 웃으며 "아니 그걸 다 하셨다고요?"

난 "응"

제자는 "하긴.."


잠깐 과거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는 그래도 다 추억이다. 그러니 결혼해서 비빔밥이 먹고 싶을 때 와, 해줄게"

제자는 "진짜요?"

난"응"

제자는 신이 나서 "네"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를 하며 영화 한산을 보러 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비빔밥의 화룡정점은 계란이 아니라,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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