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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03. 2022

제자와 3개월 살기

전 최근 제자와 살았습니다. 총 3개월을 살았습니다. 제자는 제가 치기 어린 시절 돈 좀 벌겠다고 학원을 했을 때부터 인연이 되어 만나 지금까지 총 10년이 넘는 세월의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이 지금의 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절 놀리기도 하고 저를 울게도 하는 감동 어린 친구들입니다. 제가 나이가 들면서 무서운 것은 어른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제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혹여나 제 모습에서 어른의 모습으로 실망하지 않을까 싶어 정말 많은 생각과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군대도 갔다 왔다고 그동안 밥 사주셔서 고맙다며 제게 뜨끈한 밥을 사주는 친구들에게 전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그래도 그동안 얻어먹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귀한 아르바이트비에 제게 밥을 사주면 저는 감동이라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전 말합니다.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나 싶다"

제자들은 "선생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라고 합니다.


서로서로를 보며 우리는 성장을 했고 지금까지 10년 이상이라는 인연을 이어가며 제가 아프면 하나같이 뭉쳐서 걱정을 해줬고 누구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걱정을 함께 합니다.

제게는 남학생들은 야수파이고 여학생들은 감상파입니다. 닉네임을 짓는데도 인기투표를 해서 지었습니다.

무려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려서죠. 제 휴대폰에는 거의 학생들 그리고 직원 뭐 어떻게 만난 귀한 인연들이 있습니다.


제게는 마음이 아픈 제자가 있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1학년 마지막 학기 최고점을 받고 군대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혹했습니다. 그래서 결정을 하고 중간에 나와야만 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자들은 이 친구는 누가 뭐래도 군대 체질이라고 했습니다. 군대 가기 전 친구들과 밥을 먹으며 , "남자답게 간다" 하면서 씩씩하게 밥을 먹었고 머리를 밀며 들어가기 전에도 저에게 전화를 해서 "선생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인사를 했습니다. 제 목소리는 떨렸지만 넌 잘할 거라고 응원을 했고 그렇게 3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얼마 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습니다.


생각하신 좋지 않은 일들의 연속으로 제자는 마음고생이 심했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불면의 나날들을 보내며 밥은 먹지 못하고 단것들만 먹으며 겨우 버티다 중간에 나왔습니다. 부모님의 충격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본인이 받은 상처는 누구의 맘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제자는 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해제가 되고 그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저녁에 저희 집에 왔습니다. 무슨 보따리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 쉬고 싶습니다, 여기서 좀 쉬면 안 될까요?"

전 솔직히 좀 난감했습니다. 어떻게 쉬게 해야 할지 몰라서요, 사는 건 문제가 아닌데 잘 쉰다는 건 상대적인 거라 그래서 "알았다 빈방 있으니 쉬어라"라고 그렇게 시작된 같이 사는 시간은 3개월.

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지낼까 봐, 하지만 일주일 이주일 그렇게 보내더니 다행스럽게도 친구는 운동도 하고 자기 페이스를 찾아갔고 집안 청소도 돕고 병원도 다니며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제 막 3개월이 다 지나고 학교 복학 신청을 했습니다. 기숙사 신청을 했는데 될까? 걱정을 하며 반신반의했는데 성적이 워낙 좋았습니다. 거의 만점에 가까웠거든요, 그래서 전 정말 축하한다고 했고 제자는 걱정을 했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전 "그럼 넌 잘할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제 헤어집니다. 하지만 자주 볼 겁니다.


다른 친구들은 제자가 저와 산다고 시샘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제자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도 입주시켜주세요"라고 합니다. 그럼 전 "안 되는 건 아닌데 힘들어"라고 웃으며 전 부드럽게 생각을 하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 부모님은 반대를 하셨습니다. 남학생이라 그런 게 아니라 맘 아픈 제자를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서 무조건 같이 있는다고 힐링되는 게 아닌데 할 수 있겠냐고, 그래서 고민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고민과 많은 대화를 하고 결정적으로 이 친구는 우리 집의 공식적인 막내가 되어 엄마가 올라오셔서 꾸러미를 풀 때또 이 친구는 김치를 참 좋아하는데 이 친구 식성에 맞는 음식도 해 오시며 " 잘 지냈어?"라고 웃으시며 늘 안아주셨습니다. 그렇게 이질감 없이 저와 우리 집과 자주 오가며 지냈습니다. 당연히 이 친구 부모님과는 잘 지냅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서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딸 같다고 늘 전화를 주시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셔서 그럴 때마다 "아닙니다 어머니" 하며 웃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 어렵게 군대에서 보내고 저에게 와준 제자가 고맙기도 하고 이제 다시 사회로 가는 제자에게 선물로 책을 했습니다. 그리고 용돈을 마련했습니다.

아르바이트는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간 힘들었기에 쉬는 게 일단 먼저라는 생각을 했지요.

제자는 받지 않으려 했지만 제가 이건 나의 확고한 뜻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겨우 받더라고요,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이렇습니다.


전 제자에게 많은 걸 받았습니다.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늘 생각하게 해 주고 인간이란 어떤 사람 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 주고 그리고 매 순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걸 알게 해 준 친구입니다.

이제 복학을 하면 늘 웃었으면 합니다.

지나간 힘든 일 툭 털어버리고 말입니다.

제자, 힘내!!


추신: 오랜 인연의 우리 친구들, 그대들이 있음에 난 감사합니다. 늘 진심으로 우리는 인간적인 이라는 단어로 살아감에 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곧 9월에 만나는데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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