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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r 02. 2023

대기업에서 뭐 배우셨어요?

면접관이 물었다.

대기업  퇴사하고 약 6개월 쉬고 재입사 위해 노량진에 갔다. 채용확정이 뜨고  남은 시간  7개월, 마음이 바빴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걸 그때 했다.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란 생각에 노량진을 선택했고 때마침 고등학교 동창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같이 공부했다. 가는 곳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은 합격이었다. 서로 격려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돈 아낀다고 커피도 줄이며 과정을 즐겨야 했다.


그렇게 운 좋게 필기 붙고 서로 조악한 엿가락 먹으며 면접 준비했다. 서로가 서로를 봐주는 면접지 만들어서 연습했고 친구가 먼저 면접 봐서 시간은 상대적으로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후 내 면접이었다.


면접이라 필기 때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았지만 치열함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배정받은 번호 12번, 한 명씩 불려 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잠깐 내 소개와 몇 가지 서류를 보던 면접관은 의례적인 질문 몇 가지를 했고 난 준비된 답을 했다.

이제는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면접관은 물었다.

"대기업에서 뭐 배우셨어요?"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최대한 떨리지 않게 말하려고 손을 오므리고 말했다.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해야 하며 자신이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 그중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왜 그만두었냐고 물었다.

그때 몇 초 동안이었지만 수많은 갈등이 있었다. 솔직하게 말할까 아니면  에둘러 말할까.


그때 사수가 생각이 났다.

처음 입사했을 때 사수는 내게 잘 모르면 물어봐야지 괜히 안다고 시간 끌지 말라고 했다. 비효율적인 방법이고 회사에 도움 안 된다고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면 무조건 물어보라고 했다. 난 욕을 먹더라도 물었다. 그때가 생각이 나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기업에 적응하지 못했고  내가 넘어야 할 숙제를 풀지 못해서 그만두게 되었다고 그 이후는 사적인 이유였다고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는지 면접관은 "솔직하시네요"라고 답을 주셨다.

솔직했던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면접을 하루 이틀 보는 사람들도 아닌데 에둘러 이야기한다고 그게 감춰질까였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 회사에서 배운 게 득이 될 줄 몰랐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친구와 배 터지게 막걸리를 마셨다.


살면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인생은 원래 질문이다. 일기를 쓰면 늘 맨 마지막에 질문을 한다. 스스로에게 오늘은 어떤 생각으로 살았니?라고. 그러면 어떤 날은 답을 할 수 있고 어떤 날은 답을 하지 못한다.

나도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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