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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r 03. 2023

명품에 눈이 가는 나이

명품에 전혀 관심 없었다. 아니 명품을 모른다.

웃긴 썰 풀겠다. 대학 때 영문과 남학생과 신문방송학과서 조원이었다. 이 친구 별명이 명품이었다. 난 신기해 친구들에게 물었다. 친구들은 그 친구 옷이 다 명품이고 학점도 거의 만점이라 명품이라는 별명이라 했다.


검증에 나섰다. 학점은 인정했다. 이 친구가 문학하려면 적어도 원문보고 그다음 해석본 봐야지 했던 친구다. 그 민망함을 나에게 안기고 아무렇지 않게 내 눈앞에서 당당하게 원문을 읽어 내리는 모습을 보고 내 의지력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불태워 나도 따라 읽었다.


문제는 옷이다. 사계절에 옷은 늘 한 벌이다. 내가 보기에는 단벌신사인데 뭐가 명품인 건지 모르겠는데 애들은 명품이란다. 그걸 안 건 방학 할 무렵이다. 명품이면 눈감고 줄줄 외는 친구가 이 친구의 옷 보고서 옷은 좀 입는구나 하면서 명품 이야기했다. 그렇다. 펜디였다. 난 그게 그렇게 비싼 옷인지 몰랐다. 그 이후 사건은 더 압권이었다. 알고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명품이었다. 그걸 하나도 모르는 내가 더 신기하다며  친구는 원래 명품은 작은 로고에 티 안 나게 입는 게 정석이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을 해줬다.


그 이후 난 그 친구에게서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1년 팀원 하면서 알았다. 돈 많은 친구라는 걸, 난 맛으로 먹는 햄버거를 이 친구는 건강 생각해서 먹지 않고 난 다리가 아파서 지하철 자리 냅다 앉지만 이 친구는 누가 앉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절대로 자리에 앉지 않는다는 걸.

1년 다니면서 참 살아온 환경이 이렇게 다르다는 걸 알고 친구 하기 힘들겠다 했는데 딱 한 가지 공통점이면 '공부'였다. 누가 누가 일등을 하나 여기에 타과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했고 복수 전공하면서 알 수 없는 듀엣으로 많이 만났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잘 연락하는 친구다.


며칠전이다. 오랜만에 대학 동창 만났다. 메일로 연락 왔는데 처음에 누군지 몰랐다가 이름을 밝혀서 알았다. 알고 보니 국문과 시절 옆짝이었다. 결혼해서 애들과 잘 살고 있다며 밥을 먹자고 제안을 해서 강남에서 밥을 먹는데 무슨 옷을 그렇게 걸치고 나왔는지 누가 봐도 어깨에 힘을 주고 나왔다.

그런데 난 너무 편하게 갔다.

여전하다는 친구는 대학교 1학년때부터 명품을 살짝살짝 샀다. 그럴 때마다 난 속으로 저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 물음표를 가지고 살았는데 지금은 그 물음표에 종지부를 찍고 사는 듯했다. 손가락에 다이아 반지를 끼고 안 보면 울 것  같은 위치에 컵을 들고서 이야기하고 옷이며 가방이며 죄다 명품의 로고 장식을 의자에 놓고서 팔자걸음으로 음식을 받아 오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껏 했다.


그동안 뭐가 그렇게 억눌려 있었는지 쏟아내는 그 내용에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내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용이 끝무렵 갈 때 즈음 나에게 은근히 명품 하나즈음 사라고 이야기를 던지는데 -우리 나이에 하나즈음 있는 거 나쁘지 않아-라고 하는데 수긍이 되는 건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가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날은 신기한 날이었다. 친구와 헤어지고 버스에서 내리는데 세상에 정거장에 가짜 명품 가방을 팔고 있었다. 엄마 또래의 아주머니들이 흥정을 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다. 웃었다. 파는 아저씨는 가짜이지만 진짜로 보일만큼 아주 정교하다고 마이크로 나 가짜 팔고 있소이다 광고하고 있었다.


친구 말이 생각났다. 우리 나이 때에는  하나 정도는 명품을 입어줘야 해.

나이가 있나?

엄마 말씀 생각났다. -사람이 명품이 되어야지 물건이 명품이면 뭐 하냐-

내내 이 생각으로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 하나 정도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다들 가방 하나씩 있는 건가. 어제도 보니 직원들 가방이 다들 명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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