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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r 28. 2023

엄마에게서 받은 회전목마 오르골

정확히 2주 전. 퇴근하고 집 도착하니 물건이 배달되어 있었다. 물건을 주문한 기억이 없다. 보낸 사람은 엄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아무리 생각해도 반찬일 듯해서 간단하게 주위를 정리하고 일기를 쓰고 자려고 눕기 전 반찬통을 수납칸에서 열어 준비하고 박스를 열었다.

이런 그런데 이건 회전목마 오르골이었다. 느닷없는 선물이다.


갑자기 궁금했다. 엄마의 메모가 있었다.

엄마가 서울에 오셨다가 의도하지 않게 회전목마 오르골을 구경하셨는데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기억이 나서 사서 보낸다고 회전목마 오르골을 사서 고향에 가져가서 다시 나에게 보낸다는 짧은 메모를 넣고 택배를 보내셨다.

참 뜬금없다 하다가 갑자기 마지막 문장에서 눈물이 터졌다.

<인생이 참 회전목마 같아, 그런데 이렇게 음악이 좋으니 힘들 때는 음악을 들으렴>

귀신같은 엄마, 요즘 일과 박사과정으로 힘들어서 어디에 하소연할 곳 없어 물대신 커피로 스트레스 풀며 사는데 어찌 아시고 보내셨는지 혹시 지난주 짧은 대화에 눈치채시고 보내셨는지 결국 짧은 전화를 했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공부라는 게 인생, 그러니까 매 순간이 공부인데 너무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너는 원래 공부를 즐겨서 하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의 목소리를 하시며 반찬을 보내지 않으신 이유는 밥을 잘 못 먹는데 보내면 괜히 미안해할 것 같아서 백번 생각 하시고 빼셨다는 말에 눈물이 났다.

목이 매여 말할 수 없어 겨우 단답형으로 하는데 엄마는 텐션을 올리시며 엄마도 요즘 공부 하신다며 뒤늦게 바둑을 아빠와 두신다며 재미있다 하시며 잠시 시간을 즐겁게 해 주셨다.


엄마와 전화를 끊고 나서 회전목마를 뚫어지게 보고 난 돌려 봤다.

이런 유명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회전목마 오르골을 선물을 받으니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


하긴 어릴 때 회전목마 오르골을 정말 좋아했다. 레고 다음으로 좋아해서 조악한 회전목마 오르골을 사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돈이 들어도 좋은 걸 사라고 하셨고 당신 자신은 저렴한 옷을 입으셔도 나를 위해서 비싼 회전목마 오르골을 사주셨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한 번 들어보자 하시며 같이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내리사랑으로 내게 그렇게 물려주셨다.

아직도 어릴 때 받은 회전목마 오르골은 창고 박스에 고이 모셔져 있다.


어릴 때를 회상하면 이렇다.

문구점에 가서 회전목마 오르골을 사겠다고 하면 아저씨는 우리 집 형편을 아시니 가장 저렴한 것을 권하셨다. 그럼 난 한참 보다가 다른 것도 보고 싶다 하고 항상 두 개를 두고 고민했다. 주어진 돈에 정해진 회전목마오르골은 늘 같았는데 마음 넉넉하신 아저씨는 동심을 깨고 싶지 않으셨는지 딱 5천 원만 더 있다면 두 번째를 살 수 있다고 귀띔을 해주셔서 돈을 모아 결국은 두 번째를 샀다. 그걸 모르시지 않았던 엄마는 방에서 같이 들어보자 하시며 당신도 좋다 하시며 엄마의 어렸을 때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그렇게 잠이 들었다.

내게 회전목마 오르골은 따뜻함 그리고 여유 그 이상의 물건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나의 루틴은 하루가 마무리되어 잘 즈음에 일기를 쓰고 회전목마 오르골을 틀어 놓고 잠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선물이 꼭 비싸야 되는 건 아닌 것처럼 이렇게 작은 것에 행복해 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사람들은 내게 아직도 그런 감정과 감성이 있는 게 부럽다고 가끔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마다 난 고개를 갸웃한다. 어릴 때는 가난해서 어쩌다 받은 백 퍼센트의 감성을 오롯하게 기억을 해서 아직도 그 여운을 잊을 수 없는 것인데 그래서 그럴까 더 가지고 싶었는데 못 가져서 난 가끔 회전목마 오르골을 구경하러 가기도 한다.


엄마가 보낸 회전목마 오르골은 아주 느리게 음악을 따라 돌아간다.

내 삶도 그렇게 흘러간다.

엄마 말씀처럼 전 놀이공원에 가도 회전목마 밖에 못 타지만 회전목마를 탄다는 것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배우는 건지도 모른다는 말씀이 맘에 남습니다. 오늘도 회전목마 오르골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해 봅니다.

봄에 받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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