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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r 30. 2023

하루 한 끼 먹는 여자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그렇게 먹어도 사는 게 신기하다는 말이다. 그렇다. 원래 간장종지로 2끼는 먹는데 이제는 한 끼다. 물 3리터 마시고 나머지 몇 숟가락 먹고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보는 시선은 그러다 훅간다부터 어른들이 하는 레퍼토리를 듣고 있다. 나도 알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내 몸이 받아 주지 못하다는 것을.


언제부터였을까, 음식 먹을 때 강박관념이 생겼다. 내 기준에서 적정하게 먹으면 뇌에서 그만이라는 단어가 나와 스스로 숟가락을 내렸고 음식 생각이 없으니 남들은 킬링 타임으로 먹방 보는데 나 같은 경우는 먹방을 보면 절대로 안 되는 사람이다. 이유는 먹방 보면 내배가 찬다. 그래서 보는 내내 내가 먹는 것 같아서 그냥 안 먹게 된다.


버스에서 집까지 걸어서 10분, 짧은 거리지만 먹거리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내 음식욕심은 전혀 없다. 뭘 먹어야지 보다는 빨리 가서 잠이나 더 자야겠다는 수면욕구가 먼저다.

이런 생활패턴에서 요즘은 바쁘게 살다 보니 더 안 먹게 되고 덜먹게 된다.


결정타는 지난주에 왔다. 구내염이 너무 심해 치과와 병원을 들락거렸다. 결론은 피로와 수면부족 그리고 영양부족이다. 예상된 결론을 받아서 덤덤했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귀에 남았다.

오래 끌면 어떤 병이든 좋지 않다는 이야기, 하긴 어떤 병이든 길면 후유증도 있으니 좋지 않다.

결국 약을 먹기 위해서 밥을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 끼다.


커피도 줄이고 차를 마시려고 노력 중이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쉽게 이루어지는 건 없다. 그러니 차분하게 하나하나 풀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인생이 그렇지, 쉽게 살면 그게 인생이겠는가.


남들은 덥다는데 나는 춥고 몸 이곳저곳이 고장 났다는 증후를 보내고 있어 이러다 픽 쓰러지는 건 아닐까 싶어 체크해 보는데 시력 하나는 타고난 내가 요즘 글자 보는 게 힘들어 안경 쓸까도 생각하고 있다.


역시 나이 탓이다.

어제 벚꽃길 보는데 눈물이 났다.

꽃이 이렇게 예쁜데 시간 가는구나,라는 생각에 엄마 말씀이 생각이 났다.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살면서 아무렇지 않게 사셨는데 어느 날 꽃이 정말 예뻐 보이셨단다. 그래서 외할머니께 꽃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더니 외할머니는 너도 이제 나이가 드는구나 하시며 답을 주셨단다. 그 길에서 엄마는 펑펑 우셨다는데 나도 어제 그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전송을 하니 엄마는 길이 예쁘다며 즐기라고 답문자를 보내시며 아울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꽃은 피었을 때가 예쁠까? 질 때가 예쁠까? 딸 생각한 번 해봐-라고.

우문이다. 개인적으로 떨어질 때가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화려함은 누구에게나 예쁠 수 있지만 떨어질 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순간의 찰나가 더 고귀하다고 생각해서 후자를 선택하는 편이다.


결국 편의점 들러 컵라면 작은 것 하나 사서 급하게 먹고 집 들어갔다. 그리고 퍼지듯 누워서 하루 마무리하는데 사는 건 늘 숙제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그냥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그래 , 한 끼면 어떠랴.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

엄마에게 전화 걸어야겠다. 엄마밥 먹고 싶다.

그냥 아무것 없지만 고봉밥에 참기름, 김 돌돌 말린 그 밥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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