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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10. 2023

아이유도 부러워할 나의 아저씨가 있다.

철학수업에서 아저씨 만났다. 매우 예의가 바르시며 공부에 열의가 높으셨다. 공손하시며 철학수업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가하셨다. 그리고 12주 수업 말미에 교수님과 간단하게 다과를 끝으로 우리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난 아쉬웠다. 공부를 같이 할 러닝메이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내가 알던 이 아저씨는 한 칼에 거절하셨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아는 게 없어 누구와 같이 공부할 사람도 못 되고 이 수업도 겨우 시간을 내서 했던 터라 회사일 밀려서 더 이상 개인 시간 쓸 여력이 없으니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였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기존에 알았던 모습과는 너무 달라서 내가 사람을 잘못본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포기가 힘들어서 3번 정도 더 요청을 드렸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 결국 마음을 접고 카톡으로 인사를 정중하게 드리고 혼자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한 달 뒤 연락이 왔다.


공부를 하고 있는가, 어떤 대답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공부는 아니고 오며 가며 책을 읽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시간 되면 밥을 먹자고 하셨다. 뛸 듯이 기뻐서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또 공부 이야기를 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주역이야기였다. 공자 맹자도 아니고 주역이라니, 벌써 책까지 다 사서 오셨다. 헉하는 압도감에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나 자신이 지고 들어가는 마음도 들었지만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려야겠다고 앞뒤 없이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 주부터 일주일에 하루 잡아서 무조건 한 쳅터 잡아서 공부를 시작해서 일 년이 넘게 공부를 했다. 스터디룸을 빌려서 하나하나 한자를 풀어가면서 하는 공부라 미리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진도를 나갈 수 없어서 이건 서양철학사와는 전혀 다른 공부였다.


이때 선생님은 나에게 매서운 눈길로 공부 제대로 해라, 침묵으로 보여주셨고 거기에 맞게 또 채찍질을 하면서 살아야 했다. 어렵고 어려웠다. 점을 치는 게 아니라 원문 그대로 공부하는 거라 다른 대안도 없어서 솔직히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나보다 더 바쁜 선생님께서는 지하철에서 보셨다면서 해석은 능수능란하셨다. 죄송하다는 말이 늘 후미에 붙으면 그 말은 이제 그만해라 하셨다. 그렇게 상중하를 하면서 난 자연스럽게 선생님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인생에 대해서 물어가며 배우게 된다.


그리고 정말 내 인생에 스승으로 남아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한칼에 거절하셨다. 나에게 바라는 게 많다시며 웃으시더니 나중에는 화를 내셨다. 평범한 사람이 스승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몰라서 그러느냐며 절대로 있을 수 없다시며 이러려고 공부하자고 했냐며 독기를 뿜으셨다.

그저 묵묵히 듣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나에게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시며 지하철을 내려가시는데 난 선생님께 생각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렇게 한 10번 이상을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몇 달이 걸렸는지 모른다. 주역 공부를 하면서 공부가 끝나고 밥을 먹을 때도 밥 먹고 지하철로 배웅을 할 때도 매번 거절을 당했다. 하지만 무슨 욕심인지 스승으로 남아달라고 난 때를 썼다.


선생님은 진짜 이제 마지막이라며 손을 흔드시는데 앞으로는 못 뵙는구나 하는데 내 손을 잡으시며 -난 스승은 아니야, 하지만 이건 할 수 있겠다. 들어주는 사람, 그래 이건 할게.-

대충 이런 내용으로 허락해 주셨다.

이때부터 나의 아저씨로 활약을 해주셨다. 맹활약 중이시다. 지금은 농담도 자주 하시고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이것을 하는가, 왜라는 질문에 늘 화두를 두라고 하셔서 내 평생 화두를 주시는 분이시다. 


선생님은 지금도 자신에게 붙는 선생님이란 호칭을 싫어하신다. 그냥 어른 내지는 친구를 좋아하신다. 그리고 이 시대를 같이 걸어가는 사람 중 먼저 한 발을 걸어간 자로 생각하셔서 성격 그대로 겸손하신 분이다.


나의 아저씨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지안은 이선균에게 "아저씨 참 좋은 사람이에요" 그럼 이선균은 "나 좋은 사람 아니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내가 그런다. 

"선생님 좋은 분이세요" 그럼 선생님은 "나 좋은 선생님 아니고 그냥 사람, 그리고 아주 평범한 사람"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은 이유는 아랫사람들 챙기느라 바쁘고 아랫사람들 힘든걸 절대로 못 보는 사람이라 그 런 성격이 승진이라는 글자는 이미 배를 타고 건너갔다. 하지만 자신일 묵묵하고 절대로 티 내지 않고 겸손하고 타인이하는 말에 더 귀를 기울이며 문제가 있다면 본질에 접근하여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들은 지 꽤 되었는데 인생에 희로애락이 없다고 하신 적 있다. 나도 최근에 그렇다고 했더니 그게 삼매이지라고 하셨다. 하지만 본인은 이제 다른 희로애락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이러니 내가 나의 아저씨로 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볼 때마다 난 이지안이 부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이지안이 부럽지 않다. 나도 나의 아저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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