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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13. 2023

취중진담 진짜일까?

어제 퇴근길 버스에서 그 유명한 '취중진담' 노래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픽 하고 웃었다.

대학교 때 남자 애들과 노래방 가면 저음 가진 소유자라면 누구나 불렀고 고음이라 해도 다들 분위기 깔고 이 노래 불렀다. 그러면 앙칼진 눈으로 가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평을 했다.

이 노래에 대한 썰을 풀면 이렇다.


내 영혼의 단짝인 친구가 김동률을 참 좋아했다.

나도 물론 전람회 시절부터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는 피아노로 연주도 하며  즐겼는데 문제는 <취중진담> 이란 곡으로 프러포즈를 받았다.

우리 엄마는 일찍이 이야기하셨다.

술 먹고 이야기하는 말은 믿는 게 아니라고 , 하지만 난 믿었다. 그 결과는 말미에 나온다.


시작은 이렇다. 친구는 시험을 쳐서 군대를 갔고 난 그때 대학원을 끝내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도 서로 생활은 달랐지만 공유하는 바가 있었다. 바로 문학과 철학이었다. 그래서 난 책을 보냈고 그 친구도 책을 틈나는 대로 읽어 서로 전화로 이야기하며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했고 달라진 것이라면 군대를 가기 전에는 동동주에 파전을 먹으며 시간제한 없이 했다면 그때는 시간제한에 뭔가 더 넓은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나름 의미 있는 토론을 위해서 주제를 정했고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 갈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정말 우리는 소울 메이트로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가 지나고 저녁 될 즈음 전화가 왔다.


하늘이 흐려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었다. 여러 번 전화가 왔지만 받을 수 없어서 문자를 보냈다.

다음에 전화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가 여러 번 울렸다. 어쩔 수 없이 받았는데 이런 다른 사람목소리로 받았다.

처음에는 친구 번호가 바뀌어 잘못 걸려 온 전화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오해가 풀리고 다시 친구는 전화를 받고서 이제 군에서 얼마나 남지 않은 시간에 진급을 했다며 주변 사람들과 술을 한잔했다며 많이 취했으니 발음은 최대한 제대로 할 테니 잘 들으라며 사뭇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이끌었다.

난 무슨 생각에 이런 건가 싶어서 알겠다 하고는 들었더니 이런 나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한칼에 거절했다. 여태까지 잘 지냈는데 무슨 소리냐고 술 먹고 딴소리하는 게 너였냐고 내가 따지고 들자 나름 오랜 시간 고민을 한 이야기라며 잘 들어 보라는데 난 들어보나 마나 한소리를 하는 거면 끊겠다고 하고 끊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울리는 진동을 세 번 정도 무시했는데 정말 술이 취했는지 다시 울려서 받았다.


그리고 똑같은 이야기를 해서 난 대답으로 취중진담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다음날 술 깨고도 진심이면 진지하게 내가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내 인생 2막이다.

소울메이트를 남자친구로 하면 헤어지게 되면 치명타였다. 그래서 전제조건이 헤어져도 친구로 지낼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서 한 달을 고민했다. 그리고 난 이 친구와 3년을 사귀고 헤어졌다.


친구들은 내게 취중으로 이야기한 것부터가 이상하다부터 여러 이야기 했다. 취중으로 이야기했음에도 내가 받아들인 이유는 이 친구 성격상 맨 정신에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을 거다라는 내 추측과 이런 이야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라는 어디까지나 내 오지랖이었다. 그래서 난 받아들였다.

나로 인해 많은 이들이 취중진담에 대한 이야기 많이 했고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분명한 건 진심이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이렇게 정리하셨다. 취중에 이야기하는 이야기가 진심이었겠지만 약속을 어긴 건 상대이니 반반이라고 정의를 내리셨다.

아빠는 술을 드시면 말이 없다.그리고 바로 수면상태라 한 번은 아빠에게 여쭤본 적이 있다.

취중진담이 사실이냐고 아빠말씀은 반반이라는데 순간 울컥해서 그 말은 나도 하겠다고 대답을 한 기억이 있다.


갑자기 어제 들은 그 노래가 이렇게 글을 쓰게 했다. 취중진담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이제는 취중진담을 믿지 않는다. 한번 겪으면 됐다.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그건 당신 몫이라고 말을 할 것 같다. 물론 모든 문제는 그 사람의 몫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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