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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20. 2023

봄소풍 보물찾기 추억

엄마의 집밥 , 보물이다.

이맘때였다. 학교는 늘 가는 그곳에 봄소풍을 갔다. 기대는 없지만 소풍이라는 글자는 늘 기대를 하게 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다음날 비가 와서 취소가 될까 밖을 내다보는 세심함은 없었다. 다만 이벤트를 기대했다. 소심한 나는 친구들 공연이 궁금했고 점심 먹고 보물 찾기에서 얼마나 많은 보물쪽지를 찾을까, 를 고민했다.

쪽지는 꽝이 있거나 여러 가지 선물이 있었다. 대체로 공책, 연필, 인형, 어쩌다 운이 좋으면 색연필, 물감도 있어 욕심이 나서 남들처럼 열심히 찾았다. 


그날도 그랬다. 단출한 점심을 먹으며 선생님께 전해드리라는 엄마 도시락은 내 김밥에는 없는 햄이 들어간 김밥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보다 더 좋은 김밥을 전해주는 친구들에 비하면 초라했으나 그래도 정성이니 전해드리면 선생님은 그러셨다. "이렇게 많아서 언제 다 먹을까, 잘 먹을게" 언제부터인가 알았다. 선생님들은 소풍에 김밥을 가져오지 않으신다는 걸. 


그해 6학년 마지막 소풍이었다. 뻔한 소풍이었지만 마지막 소풍이란 마음에 들떠 아침부터 참기름 냄새에 기분 좋게 시작했다.

엄마는 최대한 즐기며 놀다 오라 하셨고 눈에 보이면 먹고 싶은 게 있다고 주머니를 털어 용돈을 주셨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선생님이 모이라는 시간에 모여 다들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모래밭에서 약 30분을 뒤져서 보물찾기 쪽지를 찾아 나섰다.

"자 여러분 여러분이 찾아오면 그걸로 우리 서로 선물로 교환합니다"라는 명랑하신 말씀을 끝으로  서로 어깨를 밀쳐가며 선물 찾기에 나섰다. 모래는 깊었고 쪽지는 보이지 않았다. 10분도 안 돼서 여기저기서 찾았다 소리가 들리면 불안했고 어쩌다 찾은 내 쪽지는 꽝이어서 눈물이 나려고 했을 때 첫 번째 쪽지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공책이었다. 이게 어디인가 싶어서 땅을 파고 모래를 뒤지고 그렇게 한바탕 다 뒤지고 호루라기 소리에 다 모여 서로 쪽지를 확인하니 빈익빈 부익부였다.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난 부러웠다. 


친한 친구들은 서로 보물을 교환하기도 했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시큰둥하게 집으로 들어가 하루일을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마는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생 자체가 보물 찾기라고, 너무 어려서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엄마는 다음날 아침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내내 좋지 못한 기분에 잠을 자서 그런지 악몽을 꾸고 다음날 아침, 다 같이 밥을 먹는데 세상에 엄마는 내 밥 아래에 계란 프라이를 깔아 놓으셨다.

난 "엄마 이거 계란이네"라고 말을 했고 엄마는 "보물찾기" 웃으시며 이야기하는데 아빠는 "우리 때 어머니가 아들만 4명이니 참 어려워하셨지, 어쩌다 형님에게만 몰래 주시면 어릴 때 섭섭하기도 했는데 다들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이해했어." 하시며 웃으셨다. 난 "엄마 이게 그 보물 찾기야"라고 물었더니 엄마는 웃으시며 "사는데 보물은 큰 게 없어, 이렇게 작은 것에도 보물이고 큰 걸 보물로 생각하면 아마 우리 몽접이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 수 있어, 그러니 작은 것에 감사하며 늘 보물이라고 생각해" 

아빠는 "맞아 ,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 하시며 아침은 그렇게 마무리를 했다.


학교 가는 내내 엄마가 말씀하신 보물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신발가방 보면서 그래 너도 보물이다,라고 말을 하니 정말 보물 같았다. 참 신기했다. 말을 하면 다 보물 같았던 그 시절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보물에 대한 개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명품이나 물욕심이 없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역시 엄마는 현명하셨다. 그래서 그럴까, 난 남들과 달리 살았던 그 시절에 많은 것들을 보고 살았고 생각하고 기록을 하며 절대로 행복은 물질에서 오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셨기에 네 잎 클로버 보다 세 잎 클로버를 좋아하라고 하셨다. 행복이 더 좋은 것이니 행운에는 기대지 말라고 하시며 어쩌다 화단에 핀 세잎이 있으면 꼭 책에 넣어주셨다.


어제는 엄마가 반찬을 택배로 보내주셨다. 내게는 이게 보물이다. 달리 보물이겠는가.

엄마와 나, 보물 찾기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나 늘 감사하며 나도 엄마에게 보물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작은 편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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