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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22. 2023

면접관은 내게 합격하면 돈은 있냐고 물었다.

때는 고3이었다. 논술을 준비하고 마지막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함께 짧지만 강하게 준비를 했다. 누구에게나 받을 수 있는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서 면접을 가정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면접 전날 담임 선생님은 절대로 뻔한 답을 해서는 안되고 하지 말라고 하시며 최대한 내가 여태 읽었던 독서력을 믿고 배짱을 가지라고 하셨다. 난 알겠다 하고 새벽행 기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내가 받은 대기번호는 5번이었다. 다들 덜덜 떨며 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내 이름이 호명이 되었다.

자리에 앉으니 막상 떨림은 좀 덜했다.

첫 번째 질문은 누구나 다 하는 질문이어서 순조롭게 넘어갔다.

두 번째 질문도 괜찮았다. 하지만 세 번째 질문은 어려웠다. 여기서 난 내 정신줄을 잡아야 했다.

세 번째 질문은 우리나라 문학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 것 같냐고 물어보셨다.

생각지 못한 질문이었다.

갑작스러웠지만 난 최선을 다해서 답을 했다. 우리나라 신화가 일반 대중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지고 흥미나 관심도가 토테미즘으로만 국한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번역의 문제까지 말을 하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단순 명료하게 이야기를 하고 면접관을 봤다.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내 소개란을 보시더니 "합격을 하면 돈은 있어요?"

정말 내 뒤통수를 치는 질문이었다.

"네,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다는 증거도 없고 어느 하나 그런 내용이 없는 자소서를 썼는데 왜 그런 질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 난 학교로 갔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퇴근을 하시지 않고 나를 기다리셨다.

그간의 이야기를 다 하고 마지막 질문을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불쾌하셨고 합격해도 가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배우고 싶은 교수님이 계신 곳이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알고는 있지만 이건 모욕적이라고 하셨다.

선생님과 짧은 대화를 주고받고 짐을 싸서 집으로 가려하자 선생님께서는 "합격은 하겠다"라고 하셨다.

난 "모르죠"라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붙여줄 것도 아니면서 그런 말 하면 그건 인간도 아니지"라고 하시며 가쁜 숨을 내쉬며 가셨다.


합격을 했다. 살면서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았다. 합격하면 돈은 있어요?

이런 질문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질문이었다.


어떤 질문은 휘발성이 되고 어떤 질문은 마음에 남아 나에게 되묻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이 질문은 평생 나에게 나를 돌아보는 질문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 화라는 단어를 먼저 이야기하는데 나 역시 처음에는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더 열심히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엄마가 그러셨다. 뭐든 그 뜻을 받아들이기에 따라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고, 그래서 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추신: 처음 썼던 글에서 다소 부족한 것 같아 글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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