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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Sep 06. 2023

염색은 포기할래요

나이가 들면서 흰머리가 늘고 있다. 사람들은 염색을 하면 간단하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릴 때 엄마는 흰머리가 있으면 우리에게 "자 하나 뽑을 때마다 10원 " 하시며 잔잔 벌이를 하게 하셨다.


 철없는 두 딸은 이런 횡재수가 있나 하고 열심히 뽑았다. 몇백 원을 하면 그게 좋다 하고 그날은 땡잡았다고 했는데 생각하면 그렇게 고단하게 사신 건데 그걸 좋다고 했으니 참 철도 없다. 


지금 엄마는 혼자서 염색을 하시거나 아빠와 함께 염색을 하신다. 미장원에 가서 염색을 하시라고 권해도 요즘은 편해서 혼자서 해도 충분하다시며 집에서 하신다. 가끔 염색하는 모습을 짤로 찍어서 보내주시는데 엄마는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여러 가지 모습에서 신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상함을 같이 묻어남에 담담하게 받아들이신다고 하셨다.


대학교 때 친구들이 정말 염색을 많이 했다. 기본 갈색부터 보라색까지. 난 그렇지만 검은 머리카락이 좋아서 염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언젠가 친구가 "너 흰머리" 하면서 한가닥을 뽑아 주었는데 괜히 민망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때는 그렇게 넘어갔다. 최근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정리하는데 "흰머리가 중간중간 있으시네요" 하는 말을 듣고서는 살짝 염색을 해야 하나 라는 유혹이 들기는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난 어릴 때 로망이 할머니가 되어서 흰색 혹은 회색 혹은 은발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청바지는 스키니를 입고 멋진 할머니가 되어서 카리스마스를 풍기는 그런 여자를 생각했다. 가끔 외국 연예인들에게서 보이는 스모키 화장과 은발을 보면 사진을 찍어두고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체중도 외모도 가급적이면 타이트하게 관리를 해야지 한다. 하지만 이건 말뿐이다. 얼굴은 잘해야지 스킨로션이고 팩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어디에 뭘 해야 좋다고 듣지만 귀찮다는 이유 하나로 그냥 나는 자연으로 살아야지라는 얄팍한 상술에서 나 스스로에게 그냥 넘긴다. 


아, 체중은 그래서 관리를 하는 건 맞다. 나이가 들어서 뚱뚱한 할머니는 되기 싫어서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하고 먹는 욕심을 줄이고 싶어서 항상 생각하는 건 적당히,라는 단어를 늘 가지고 산다. 음식을 먹을 때도 적당히라는 단어를 가지고 사니 소식가로 사는 나로서는 어느 정도 이제는 틀이 잡혀있다. 언젠가 엄마에게 은발을 날리며 살고 싶다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엄마는 좋다고 하셨고 그렇게 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좋아야 한 다시며 한 번 해보라고 적극 권장을 하셨다. 학교를 다닐 때도 난 긴 머리가 아니라 늘 단발이었다. 


미대를 다니는 친구가 늘 나에게 단발을 조언했다. 긴 머리보다 단발이 더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홀딱 넘어가서 지금은 단발병에 걸려서 머리를 기르지 못하고 있다. 살짝만 길면 잘라서 사람들은 내 머리스타일을 소화하기 힘든데 참 어울린다고 말을 들어서 혼자 흥이 나서 잘 살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남은 건 흰머리를 잘 간직해서 멋지게 휘날리며 사는 것이다. 


괜히 그 카리스마 휘날리며, 뭐 어차피 남들 보며 사는 거 아니니 관리하며 사는 그 은발 혹은 흰머리를 기다리며 염색은 포기하기로 했다.



사진: 네이버 블로그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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