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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Sep 12. 2023

아, 밥 먹고 살기 힘들다.

밥벌이의 지겨움

공부와 일을 두 가지 하겠다고 할 때부터 난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하지만 일은 늘 있고 어디서 뭔가가 터지면 막아야 하는 연차까지 있기에 누군가에게 넘기기도 애매한 연차라 나 스스로 힘들어도 어지간하면 다 해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기도 힘들다. 이런 내 성격을 누군가는 완벽주의라고 불렀지만 내 성격이다. 그냥 살면서 남에게 피해만 주지 말자,라고 살기에 가급적이면 내가 다 떠안고 살아간다.


지난주는 학회 때문에 정말 많이 바빴다. 그래서 이런저런 관계 팀들과 회의도 바빴고 일정상 내가 없으면 안 되는 학회였기에 잠도 못 자고 거의 허공을 돌아다니는 사람처럼 살았다. 늘 그렇듯 평범하게 살았다.

오늘도 난 이번주 스케줄을 조정하며 컴퓨터를 투시하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요일별로 정리하며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좋을지 조율했다.


점심시간, 입맛도 없는데 괜히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혼자서 음악을 듣는데 일찍 들어온 동료가 내게 말을 건넸다. 퇴직을 하겠단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육아와 일을 두 가지 하려니 집안에 다툼도 있고 아이들에게 집중을 하고 싶어서 이제 일도 할 만큼 했고 누군가에게 맡기기 힘들어서 자신이 남편과 상의 후 그만두기로 했다고 언급을 했다. 살짝 부러웠다. 나도 결혼을 했다면 사표를 쓸 수 있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얼마 되지 않아서 팀장님 호출이 있었다.


지난번 학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연차가 있으면 더 확고하게 했어야지 조금은 더 깊이 있게 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이 남는다며 다음 심포지엄에 시간을 쏟아주기를 바란다며 부탁을 하셨다.

문을 닫으며 나오는데 갑자기 답답했다. 난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중간 인터미션에도 꼼꼼히 확인을 하고 진행도 했고 별문제 없이 지나갔는데 가 문제라는 건지, 어쨌든 그렇게 지나간 면담을 뒤로하고 화장실에 가서 멍을 하고 다시 자리로 왔다.


옆 동료는 아는지 모르는지 나에게 자신에 할 일을 부탁한다며 정말 '부탁'을 했고 거절을 잘하지 못해서 난 알겠다고 절반에 책임을 지고 그렇게 일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언제까지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데 밥벌이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 그리고 기타 일정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 뭐든 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쓱 들어가니 아내가 왜?라는 질문이 앞서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먹고사는 게 힘들겠지?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내가 이런 불평불만 가지는 거 자만심이겠지 하고 마음을 다독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누군가는 로또에 당첨돼서 건물주가 돼서 편히 쉰다고 하는데 난 그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밥벌이를 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누군가는 또 직업을 찾지 못해서 아직도 구직난으로 힘든 사람을 생각하면 내 밥벌이를 하고 있단 생각에 다행이라는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다.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 나로서는 그것도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나는 안 그래도 팍팍한 요즘 더 짜증이 났다. 버스카드 충전을 하면 금방 채워야 하고 터진 봉지에 다시 물을 넣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가 더 바짝 돈을 모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통장을 확인하고 다시 신발끈을 묶었다.


먹고사는 게 참 어렵다. 쉬운 건 없지.  아 밥 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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