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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같이 못살아도 엄마 음식 없인 못살아.

by 몽접

최근 갑상선에 정신과에 정신없이 살았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평소에 내가 가장 없는 음식욕구는 최고에 달해서 2개월 동안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걱정을 해야 할지 체중감량이 되었다. 나도 몰랐다.

나를 보는 사람들이 다들 "아니 요즘 무슨 일 있어, 볼 때마다 살이 빠져"라고 하면 "일이 많나 봐요"라고 했다. 그러다 얼마 전 목욕탕에 갔다. 갔더니 단골 세신사분이 나에게 "요즘 왜 이래, 진짜 많이 빠진다. 약을 좀 먹어요" 난 "네'라고 짧게 말을 하고 나왔다.

입맛이 없는 건 사실이고 하루에 한 끼 먹고 물만 주야장천 먹고 있다. 그래서 물만 먹어도 배가 불러서 내 옆자리 동료는 점심을 먹으면 다음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한다지만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퇴근해서 집에 가서 뻗어야지 하는 나로서는 집에 가는 길에 음료수만 사서 간다.


얼마 전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엄마는 내 병에 대해 걱정을 한가득 하셨다.

난 아무렇지 않게 요즘 의료시설 좋아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엄마는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최근 내가 뭘 먹었냐고 따져 물으셔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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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화를 하고 잊고 지냈는데 지난주 엄마는 반찬에 김치를 해서 보내셨다.

역시 엄마는 엄마다.

순간 군침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 음식을 보고서 쌀밥이 생각난 게 언제였던가를 생각하며 보따리를 풀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그란 소시지부터 김치에 여러 가지 반찬을 소복하게 담아서 보내셨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감사하다고 전화를 했다.

엄마는 같이 살면 그런 일도 없는데 괜히 떨어져 사니 병 얻어서 속이 상하다고 하시고는 말씀을 아끼셨다.

난 죄송하다고 말을 줄였다.

목이 매이는데 엄마는 사는데 얼마나 잘 먹고 잘 산다고 밥 좀 챙겨 먹으라고 결국은 예전 내 다이어트를 또 이야기하시며 혹시 다이어트를 하고 있냐고 물어보시며 , 그렇다면 당장 중지하라고 하시며 지금은 그때 나이와 다르다며 몇 번을 강조했다.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옥탑방을 잠시 살았다. 방목인 우리 부모님은 집을 구해야 한다고 했더니 응, 이라는 말씀만 남기시고 아무런 태도를 보이시지 않으셨다. 결국은 내가 아르바이트해서 보증금 만들어서 월세 내고 그 집을 구하느라 정말 고생을 했다. 집을 구하고 엄마는 7월에 서울로 올라오셨는데 옥탑방이라는 개념을 알고 계셨는데 몇 박 며칠 계시는 건 처음이셨다. 엄청 더워서 고생이셨을 텐데 당신은 좋았다 하시며 가셨다. 그 며칠 계시면서도 엄청 잔소리를 하셨다. 그래서 난 속으로 엄마와 같이 살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는 엄청 깨끗한 분이시고 난 그렇게까지는 아니라서 스트레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니 엄마와 같이 살기는 힘들어도 엄마 반찬 없이는 못 살 것 같다.


엄마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힘들 때 늘 제게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늘 사랑한다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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