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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Nov 27. 2023

입사동기가 사표를 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면접을 같이 봤고 나중에 나와서 우리 합격하면 같이 밥을 먹자던 입사동기가 사표를 냈다. 많은 생각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결정을 했다. 물론 개인의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갔지만 그 이상의 뜻은 잘 모른다.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사건은 이러하다.


출근을 했다. 다들 침묵이었다. 보통은 바쁘기는 하지만 다운된 분위기가 침울하지는 않다. 딴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연말에 몰빵이 된 일이 있었기에 일이 많아서 다들 지쳐서 그렇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다되었는데 다들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감이 왔다. 


그러다 옆자리 동료가 "자기 들었어, 앞자리 동료 사표 냈어" 난 너무 놀라서 "왜요?" 옆자리 동료는 "음.. 잘은 모르겠는데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하는데 잘 모르지, 사람 일이라는 게 답은 없으니까" 나는 갑자기 꽉 막힌 기분이라 나도 모르게 가슴을 쳤다. 아니 내가 조직을 버티는 게 하루에도 열두 번 헛소리 하면서 입사동기와 울고 웃는 일인데 나는 그러면 이제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할까?부터 많은 생각들이 순간 지나쳤다.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그동안 내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입사동기는 정말 나와 친하게 지냈다. 우리는 나이도 같고 이직에 대한 이유도 같았다. 


회고하면 이렇다. 면접장에서 덜덜 떨고 있는데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 준 사람이다.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내가 너무 떨어서 그런지 옆사람이 "이직이세요?"라고 물었고 난 조심스럽게 "네"라고 말했고 나도 물었다. 그러자 옆사람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네"라고 답을 했다. 우리는 같이 들어가서 면접을 봤고 둘 다 나오면서 그때의 감정을 토로하며 가방을 들어가며 감정을 나눴고 옆자리 있던 사람은 "우리 같이 합격하면 합격 기념으로 밥 먹어요"라고 헤어졌다. 그리고 합격을 하고 얼굴을 마주했을 때 그때의 기분은 정말 인연이라고 서로 얼마나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어벤저스로 살았다.


내가 해외학회를 가야 해서 자리를 비우면 내 일을 도맡아서 뒤에서 백업을 자처해서 도와주었고 나 역시 동료가 집안일로 바쁘다고 할 때는 주말에 내가 백업을 해서 도와주었다. 다들 그래서 "이래서 동기가 좋아"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내가 건강상으로 커피를 끊어야 할 때는 이런저런 차를 사주면서 건강을 챙겨 오래 살라고 정말 살뜰했다. 그런 동료가 사표를 내고 사표 수리가 다음 주라고 하자 내 마음에는 뭔가 쿵하는 그 이상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리고 교차하는 감정은 '나도 내야 하나?' 하는 마음이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 동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기는 "자기는 있어야지, 나는 가족이 있고" 나는 "좀 더 버티면 안 될까?" 동기는 "그러고 싶은데 힘드네" 정말 힘들어 보였다. 더는 붙잡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 그럼, 그러면 연락은.." 동기는 "당연하지, 아마 내가 더 많이 할 걸" 하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했고 난 잠시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까 생각하니 마음이 헛헛했다.


예전 내 선배 사수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건 사람 때문이라고 하셨다. 회사 일 많은 거야 당연한 거고 사람이 문제라면 그건 정말 심각한 거라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내편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무조건 버텨라,라고 내게 이직을 할 때 말씀해 주셨다. 난 알겠다고 하고 감사하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 부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기라는 그 끈끈함은 좀 다르다. 그래서 그런가. 하루종일 일이 붕붕 떠서 흘러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난 동기를 응원한다. 언제나 현명한 동기, 행복할 것이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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