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을 뚫고 면접을 같이 봤고 나중에 나와서 우리 합격하면 같이 밥을 먹자던 입사동기가 사표를 냈다. 많은 생각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결정을 했다. 물론 개인의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갔지만 그 이상의 뜻은 잘 모른다.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사건은 이러하다.
출근을 했다. 다들 침묵이었다. 보통은 바쁘기는 하지만 다운된 분위기가 침울하지는 않다. 딴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연말에 몰빵이 된 일이 있었기에 일이 많아서 다들 지쳐서 그렇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다되었는데 다들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감이 왔다.
그러다 옆자리 동료가 "자기 들었어, 앞자리 동료 사표 냈어" 난 너무 놀라서 "왜요?" 옆자리 동료는 "음.. 잘은 모르겠는데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하는데 잘 모르지, 사람 일이라는 게 답은 없으니까" 나는 갑자기 꽉 막힌 기분이라 나도 모르게 가슴을 쳤다. 아니 내가 조직을 버티는 게 하루에도 열두 번 헛소리 하면서 입사동기와 울고 웃는 일인데 나는 그러면 이제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할까?부터 많은 생각들이 순간 지나쳤다.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그동안 내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입사동기는 정말 나와 친하게 지냈다. 우리는 나이도 같고 이직에 대한 이유도 같았다.
회고하면 이렇다. 면접장에서 덜덜 떨고 있는데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 준 사람이다.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내가 너무 떨어서 그런지 옆사람이 "이직이세요?"라고 물었고 난 조심스럽게 "네"라고 말했고 나도 물었다. 그러자 옆사람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네"라고 답을 했다. 우리는 같이 들어가서 면접을 봤고 둘 다 나오면서 그때의 감정을 토로하며 가방을 들어가며 감정을 나눴고 옆자리 있던 사람은 "우리 같이 합격하면 합격 기념으로 밥 먹어요"라고 헤어졌다. 그리고 합격을 하고 얼굴을 마주했을 때 그때의 기분은 정말 인연이라고 서로 얼마나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어벤저스로 살았다.
내가 해외학회를 가야 해서 자리를 비우면 내 일을 도맡아서 뒤에서 백업을 자처해서 도와주었고 나 역시 동료가 집안일로 바쁘다고 할 때는 주말에 내가 백업을 해서 도와주었다. 다들 그래서 "이래서 동기가 좋아"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내가 건강상으로 커피를 끊어야 할 때는 이런저런 차를 사주면서 건강을 챙겨 오래 살라고 정말 살뜰했다. 그런 동료가 사표를 내고 사표 수리가 다음 주라고 하자 내 마음에는 뭔가 쿵하는 그 이상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리고 교차하는 감정은 '나도 내야 하나?' 하는 마음이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 동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기는 "자기는 있어야지, 나는 가족이 있고" 나는 "좀 더 버티면 안 될까?" 동기는 "그러고 싶은데 힘드네" 정말 힘들어 보였다. 더는 붙잡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 그럼, 그러면 연락은.." 동기는 "당연하지, 아마 내가 더 많이 할 걸" 하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했고 난 잠시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까 생각하니 마음이 헛헛했다.
예전 내 선배 사수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건 사람 때문이라고 하셨다. 회사 일 많은 거야 당연한 거고 사람이 문제라면 그건 정말 심각한 거라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내편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무조건 버텨라,라고 내게 이직을 할 때 말씀해 주셨다. 난 알겠다고 하고 감사하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 부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기라는 그 끈끈함은 좀 다르다. 그래서 그런가. 하루종일 일이 붕붕 떠서 흘러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난 동기를 응원한다. 언제나 현명한 동기, 행복할 것이다.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