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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20. 2023

내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크리스마스가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어렸을 때 난 일찍 산타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없다는 걸 알았다. 가난한 집에서 산타라고 해봐야 엄마 아빠, 너무나 솔직한 우리 부모님은 아예 이브날에 문구점에 가셔서 "너희들 좋은 거 하나만 골라라" 하시며 자신들의 돈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하셨다. 철이 빨리 든 난 살게 없다고 했고 여동생은 바비 인형을 좋아해서 하필이면 제일 비싼 바비인형을 골랐는데 엄마는 아무 말씀 없이 사주셨고 나는 엄마가 레고를 추천해 주셨다. 덕분에 나는 지금도 레고 덕후가 되어서 한 달에 두어 번 레고를 하는 마흔 레고 덕후이다.

나이가 들면서 크리스마스. 생일에는 덤덤하다. 뭣 하나 특별한 것 없는 날이었는데 공기가 늘 있어 감사함을 모르고 살듯이 인생에 큰 변환점이 있었다.


스무 살 초반 잠시 돈 좀 벌어 보겠다고 학원 아르바이틀 했을 때 만난 제자가 있었다. 얼치기에 그냥 마냥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그만두었지만 그때 만난 제자들과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한편으로는 좋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그들에게 나는 어른이다. 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때는 많은 제자 중에 한 명이 군대를 간다고 머리를 밀고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헤어졌다. 그렇게 씩씩하게 들어갔는데 자대 배치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군대에서 힘들게 살아야 했고 그 사실을 안 나는 사실 혈연관계도 아니지만 군과 싸워야 했고 잠깐 주어지는 휴대폰 시간에는 나와 제자는 무조건 버텨야 한다고 말하며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며 서로를 응원하며 블랙홀을 견뎠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나는 곧바로 군대에 컴플레인을 걸어서 말도 안 되는 일에 왜 내 제자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며 모멸감을 느낀다며 이야기를 했고 하지만 이런 일도 반복이 되니 군에서는 마땅한 조치를 취해준다고 했지만 그건 말뿐이었다. 솔직히 많이 지쳤지만 티를 낼 수 없어서 나도 같이 싸울 테니 무조건 정신줄 붙잡고 허튼 생각하지 말라고 수백 번을 강조했다.


정신력은 탄탄한 제자라 비극적인 소식을 들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 아이를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저편에서는 불안감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최종 여부를 놓고 씨름을 하고 있었고 최종 전화에서는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제자는 많이 지쳤고 정말 많이 힘들어있었다.


가을에 나와 가을을 즐기는 아이인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집에만 있고 딱히 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시간을 기다리는데 제자는 나에게 괜히 짐이 될까 봐 나와 같이 살던 집도 떠나고 여행을 간다고 집을 비웠었다. 그리고 기적처럼 크리스마스이브에 돌아왔다.

그리고 작은 케이크를 사서 먹지도 못하고 둘이서 많이 울었다. 아무 말없이 울었는데 그 많은 울음에는 많은 단어가 있었다. 나는 그때 말했다. "내 인생에 최고의 크리스마스야"라고 제자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고 그다음 날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오이도를 가서 그동안 답답했던 기분을 털어내고 왔다.

제자는 "아 좋아요"라는 말을 했고 나는 "다행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상황을 직접 겪은 제자 생각에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그리고 제자에게 "여자친구 없으면 매해 크리스마스 생각나면 오너라"라고 말했고 어제 전화에 "선생님 크리스마스에 뵙죠"라고 연락이 왔다.

벌써 두근거린다. 


불가에서는 인연이 시절인연이라는데 이 친구와는 어디까지가 인연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끝까지 영원한 친구로 남아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도 서로 잘 지냈으면 한다. 올해도 난 아마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어깨 너머로 배운 베이커리 솜씨를 부려서 슈톨렌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빵을 좋아하는 친구이다.

서로에게 바라는 것 없고 있는 것 자체로 고맙다고 하는 인연이 몇이나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한다.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사람이 꼭 돈이 많아야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주위에 따뜻한 사람이 많은 것도 복이라고 생각한다.


자, 이제 슈톨렌 준비하려고 한다. 제자 올해도 같이 보내주는 크리스마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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