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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20. 2023

마흔에도 산타선물을 받는 사람입니다!

마흔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반갑다.

마흔 중반을 달리고 있다. 사실 크리스마스에는 흥은 없다. 솔직히. 그런가 보다. 더 솔직한 표현은 '아 나이가 가네' 그리고 '올해도 이렇게' 그래서 나이에 민감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를 웃게 하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1. 우리 엄마.

엄마는 아직도 우리 딸 둘에게 그리고 손자 손녀에게 선물을 사주신다. 엄마 말씀을 그대로 전하자면 이렇다.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해서 늘 메이커가 아닌 짝퉁으로 사줬던 터라 인생이 짝퉁이었던 것 같아서 그게 늘 불만이셨고 마음이 아프셨단다. 그리고 당신도 다 아는 그 짝퉁에 혹여나 자식이 마음이 상할까 싶어서 물건을 살 때마다 "이쁘다"라는 소리를 몇 번이나 강조를 하셨다는데 이제야 이야기지만 그 가격을 찾으려고 시장을 5번 돌아서 겨우 찾은 운동화도 있으셨다고 한다. 하긴 나는 운동화가 예쁜 적이 없다. 친구들은 움직일 때마다 불이 들어와서 반짝인다거나 아니면 예쁜 캐릭터 신발인데 나는 그냥 무색무취였다. 늘 숨기고 싶은 신발, 여동생은 그게 싫어서 엄마에게 더 좋은 걸 사달라고 했지만 형편은 절대로 무리이니 엄마는 대신 엄마가 직접 만든 인형으로 그 답답함을 달래주셨다. 


2. 우리 아빠.

아빠는 평소 만드는 걸 좋아하신다. 할아버지가 뭔가 만드시는 걸 즐기시는데 지금은 너무 연세가 많으셔서 하시지 않으시지만 겨울방학에 가면 썰매를 그렇게 만들어 주셨다. 손자 손녀 합치면 10명도 넘는데 아침 새벽부터 만드셔서 할머니는 "아니 왜 그렇게 만들어요?"라고 퉁을 주시면 "이게 낙이야"라고 하셨던 분이시다. 그걸 그대로 물려받은 우리 아빠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전화를 돌려서 핸드 메이드로 뭔가를 만들어 주신다. 나는 아빠에게 "아빠 의자가 없어. 그러니까 거실에 놓고 쓸 수 있는 자그마한 나박한 의자."라고 하고 비슷한 이미지 사진을 보내서 전송을 했더니 아빠는 알겠다고 하시고서 바로 직접 목공소로 가셨단다. 여동생은 뭘 말했는지 말씀을 안 하셨다. 공개는 크리스마스에 공개하신다. 그리고 두 분은 서울에 오신다. 


3. 나를 웃게 하는 제자들.

앞편에도 썼지만 제자들이 온다. 다 오는 건 아니고 때가 되고 시간이 맞으면 온다. 오면 우리는 기본으로 순댓국에 소주 한 잔 마시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이야기하는데 친구들은 농담으로 결혼 못한 내가 혼자 사는 게 걱정이니 실버타운 알아보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면 나는 "너는 결혼할 것 같으냐? "라고 웃으며 되받아 치면 "맞아요 저도 실격"이라고 웃는다. 우리는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현실적으로 취업난 그리고 취업을 하고서도 이직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아직 결혼을 한 제자는 없다. 결혼을 하게 되면 제일 많이 축의금을 부탁하는 제자들이 있어서 나는 "나 혼자야"라고 말하면 제자들은 " 선생님 남은 여생 웃게 해 드릴게요"라고 받아쳐서 할 말이 없다. 이렇게 한바탕 웃고 차도 마시고 나에게 선물을 주는 제자들. 매해 다 만날 순 없지만 나에게는 선물이다.


4. 여동생.

나와 많이 닮은 여동생. 처음에는 몰랐다. 동네 어디를 가도 너 몽접이 여동생이 구나 한다. 우리는 서로 안 닮았다고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닮았다. 그래서 이제는 인정을 한다. 그런데 여동생은 생각과 가치관을 언니를 통해서 배웠어라고 나중에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좀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여동생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꼭 선물을 해준다. 나도 하지만 여동생은 여동생만에 편지를 써서 준다. 여동생은 글을 잘 쓴다. 어렸을 때도 글을 잘 썼고 지금도 글을 잘 쓴다. 참 미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여자로 동반자이다. 선물보다 편지가 기다려지는 선물이다. 그래서 늘 보관을 한다. 매해 편지를 쓰지만 같은 내용이 없는 여동생에 편지를 기다리며 나는 선물을 받는다.


나처럼 선물을 받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이렇게 적은 건 자랑을 하려고 적은 것은 조금이고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살려고 적었다. 생각해 보면 4가지 모두 당연한 것은 없고 내게는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신념에 정말 큰 것들이고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20대에는 큰 것에 눈을 돌렸고 30대에는 깨지는 것에 눈을 돌렸다면 지금 40대에는 작은 것에 감사하며 나지막한 미소를 보낸다. 그래 마흔에도 나는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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