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은 늘 힘들다.
얼마 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임시직으로 들어온 신입이 하필이면 우리 부서로 배정이 되었다. 다들 걱정을 했다. 점심시간에 하필이면 연말에 무슨 일이냐며 이런 일은 없었지 않냐며 한 사람씩 반찬 먹듯이 이야기를 했다. 나도 솔직히 우리 부서에는 오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왜 이리 잘 맞는지.
한창 바쁜 11시에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자 다들 집중" 하시며 주목을 끄셨다. 그리고 싸한 기운의 낯선 분을 주목을 하게 하셨다.
난 한눈에 알아봤다. 신입이다.
"이번에 들어오신 임시직이신데 잠깐 3개월이지만 어쨌든 채용은 채용이니 다들 손발 맞춰서 알죠?" 우리는 "네" 그리고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팀장님은 "그럼 업무상 성격과 이런 거 저런 거를 배워야 하니까 제일 적임자는.." 하시며 여러 명을 둘러보시더니 "어 몽접 연구원" 난 깜짝 놀라서 "네" 일어섰다. 팀장님은 "아니 일어 설 필요는 없고 , 이 분 잘 알려드리고 임시직이시지만 이쪽 일 해 보신 분이야, 그러니 잘 적응하실 수 있게 알겠죠?" 난 "어떻게?..." 팀장님 표정이 이제 시작이다. "아니 그걸 내가 말을 어떻게 해!" 나는 "어떤 인수인계를 말씀하시는 건지 정확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팀장님은 "아니 우리 수연(가명)씨 하던 일 그대로" 그렇다. 출산으로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 난 "네" 그렇게 내 옆자리에서 일을 하시게 되었다.
아 인생은 왜 이리 우왕좌왕인지, 그날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시간을 보냈다. 웃지 못할 일이 나보다 연세가 훨씬 많아서 말하는 것도 힘들었고 자료를 다루시는 게 너무 올드해서 하나하나 봐드려야 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했다. 알려드리면 또 물어보시고 알려드리면 또 물어보셔서 "좀 적으시면 안 될까요"라는 말이 목구멍에 나올 뻔했지만 그래도 참고 다시 알려드리고 표정 관리가 안될까 싶어서 최대한 웃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이 입장이 된다면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에 잠시 그때로 감정이입을 했다.
점심을 먹고 다들 또 일에 집중을 하고 바쁘게 돌아가는데 올해 연말에 정리해야 할 서류들이 몰려 있어서 나는 정말 많이 바빴다. 출산관계로 자리를 잠시 비운 동료일이 나에게 배정이 된 관계로 일이 무슨 원플러스 원도 아니고 정말 곱에 곱이 되었다. 신입까지 옆에 있어서 물도 마실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6시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해서 정시 퇴근을 못하고 있는데 신입은 벌써 가방을 싸고 있었다.
"저기 오늘 이 서류 정리 다 하셔야 하는데.."라고 아주 작게 말을 했다. 그럼 앉아서 하실 줄 알았는데 신입이신 분은 자리가 불편하셨는지 "내일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떠나셨다. 내일 바로 팀장님께 아침 회의에 올려야 하는데 내일 언제 오셔서 하시겠다는 건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결국 난 그 일을 하고 퇴근을 했다. 날은 춥고 일은 많았고 하루 종일 굶어도 배고프지 않은 사투를 보내고 나니 밥벌이가 힘들다고 또 투정이 나왔다.
앞으로 나보다 나이 많으신 신입과 발을 맞춰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실무자 수업을 해 본 적도 없거니와 받을 줄 만 알았지, 그러고 보니 나를 가르쳐 주신 분도 아마도 이런 기분이셨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신입 시절이 떠올랐다. 그래 잘해보자, 시간은 흐르고 현명하게 대처하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