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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10. 2024

휴대폰 수리비만 40만 원, 이렇게 헤어졌다.

휴대폰이 물에 잠겼던날 나는 인생사에서 가장 편했다.

지난주 밀린 집안일에 코인 세탁방으로 향했다. 눈도 오고 음악도 듣고 룰루랄라, 집에서 우후죽순으로 성장하고 있는 코인 세탁방으로 향했다. 그렇다. 난 이불 빨래는 꼭 이틀에 한 번은 해야 하는데 일이 많다는 핑계로 결국은 꼬여서 그것도 너무 꼬여서 한가득 가방을 들고 갔다. 젊은 사람들로 와글와글 했고 일단 세탁을 해야 했기에 빈 곳을 찾는 것까지는 성공!!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에 접속을 해서 코인을 충전하고 들들 돌아가는 드럼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찾았다. 아뿔싸, 없다.!!

미치게 뛰었다. 집을 다 뒤집었지만 없다. 결국은 머리에 스치는 하나, 그래 그 가방이다.


가방에 이불과 함께 휴대폰을 넣어 버린 것이다. 이미 드럼에서 물과 함께 돌아가고 있었고 나는 거의 울면서 정지를 하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그 표정을 본 한 대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난 내 이야기를 떨면서 이야기했고 고마운 대학생은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주겠다며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여보세요"

주인이 받았다.

난 "저기요.. 제 휴대폰이 드럼세탁기에.. 들어갔어요... 지금 멈춰야 할 것 같아요"

주인은 매우 난감해했다.

난 떨리는 손으로 "어쩌죠.."

주인은 "자 그럼 따라 하세요"

주인의 매뉴얼로 키를 따라서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결국 답답하게 본 대학생이 대신 받아서 "저는 옆에서 지켜본  사람입니다. 도움을 드릴까 합니다"

그리고 대학생은 이리저리 작동을 했다.

신기하게도 갑자기 탈수 모드로 돌아가더니 멈추었다.

난 인사를 하고 이불 빨래를 집에다 던져두고 s센터로 달려갔다.


순번은 빠르게 왔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고 직원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10분 뒤 엔지니어분은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난 잠시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 기다렸다. 좋지 않은 직감은 얼마 뒤 다시 호출이 되었다.

"제가 말려봤는데 안될 것 같아요. 차라리 다시 구입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난 "네?"

엔지니어분은 "거의 다 날아갔어요"

난 "얼마나 나올까요?"

엔지니어분은 "작으면 15만 원에서 많으면 30만 원 넘어요"

작은 생각이 스쳤다. 이 스마트폰은 내가 문자를 쓰고 쓰다가 버티다 버티다 구입한 폰이라 정이 많은 폰인데 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 고칠게요"

엔지니어분은 "그럼 메인 보드를 다 교체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무슨.."

대답은 "그러니까 초기화, 다 날아가는 거죠"

너무 놀라서 "그럼 카톡이랑 사진 음악 모두요?"

고개를 끄덕이시며 표정이 당연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한숨이 나왔다.

평소 카톡을 정리해야지 , 인간사 정리 해야지 했는데 이렇게 헤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네 해주세요"

그리고 또 호명이 되어서 자리로 갔다.

"카메라도 영.."

결국 수리비용은 거의 40만 원이 나왔다.


수리를 마치고 나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렸다. 고치기는 다 고쳤는데 뭔가 허전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정리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말부터 뭔가 내려놓자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그걸 실행에 옮기는데 힘들었다.

막상 이런 일을 만나고 나니 후련했다.

그래, 너무 애쓰고 부둥켜 살지 말자, 다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몇 번 걸지도 않는 번호 잡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보면서 기계는 기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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