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남자친구를 동네에서 만나다.

다시 시작해 보자.

by 몽접

3년 전이었다. 이렇게 엄청 추운 날이었는데 난 나름대로 머리를 정리하려고 미장원을 가려고 재빠른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있었고 녹색등은 들어오고 주머니에 핫팩을 쥐고 미장원만 생각하고 걸어가는데 누군가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도 잘 몰랐다. 귀에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개인적으로 미장원에 오래 있는 걸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하고 집으로 돌아와야지 하는 생각에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건너고 이제 미장원을 들어가면 되었다. 길을 건너는데 낯선 남자가 계속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 내 팔목을 잡았다.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어머" 그때 남자는 "나야"라고 했고 그때 까지도 내 머릿속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냥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몇 분이 흘렀을까, "나야" 다시 말하는 남자음성이 그렇다. 헤어진 남자친구였다.

나는 "어"라고 말하고 그냥 걸었다.

그는 내게 "잠시 말 좀 하자"라고 말을 걸었고 나는 "할 말 없어"라고 했고 다시 남자는 "아니 난 할 말이 있어"라고 했다.

그때 나는 "네가 알던 나는 그때 죽었어. 더 이상은 없어"라고 머리를 흔들었고 정말 그때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죽기보다 싫어서 뛰었다.

그리고 나를 뒤따라서 뛰는 그를 피하려고 무작정 뛰었다. 남자도 무작정 나를 따라서 뛰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너무 숨이 차서 멈췄는데 남자도 멈췄다.

"우리 할 이야기 있지 않나?"

라고 말을 하는 남자에게 "내가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하는데?"

라고 말을 했고 남자는 "너만 힘들었던 거 아니야, 우리 다시 친구로 지내자" 나는 그 상황이 어이도 없었고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어서 "그냥 모른척하고 살자"라고 그리고 못을 박았다. "우리 처음부터 모르는 사이로 살았어야 헀어. 나는 너 만나서 행복한 적 없었어"라고 했다. 그러자 남자는 "그래서 미안해서 그래, 너랑 헤어지고 보니 널 외롭게 했던 게 미안했어" 나는 풀썩 주저앉아 울었다.


한숨이 나는데 이걸 어쩌나 싶어서 미장원 예약 시간은 다가오고 결국은 나는 "나 가야 해"라고 말을 하고 뒤를 돌아섰다. 그때 남자는 "우리 다시..." 나는 돌아서서 " 아니 절대로"라고 정확하게 말하고 그날은 미장원을 갔다.

예약한 사람들 밖에 없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사람 마음은 참 이상했다. 만나면 많은 말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니 할 말이 없었고 독한 소리를 쏟아내니 그러고 이렇게 동네에서 마주치니 세상 참 좁다라는 말을 들어 봤지만 힘이 쭉 빠져서 그날은 미장원에서 잠시 쪽잠을 잤다.


집에 들어와서도 그 상황이 잊히지 않아서 일기에 기록을 하고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그날 이후는 더 주변을 돌아보며 살게 되었다. 남들은 그렇게 만나면 "어머 인연이야"라고 말하는 혹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나도 한동안은 생각했다. 이 친구를 빼면 내 20대는 없는 거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므로 인정하니 마음이 편하다. 그러니 내 20대는 화려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았으니 다시 시작할 것도 없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결론을 봤으니 그럼 된 거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난 아직도 내가 왜 차였는지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남자가 트집을 잡아서 내게 통보를 한 거라고 중론을 모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친구들이기에 그런 이야기를 한 거라고 난 됐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나에게 "정신 차려"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때 고맙다는 말을 한 친구도 있다.


다시 시작해 보자 이 노래를 들으면 참 감미롭지만 난 다시 시작할 것이 없으니 더 담백하게 들린다.

동네에서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 그 많은 시간들이 털실처럼 풀리는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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