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참 사람을 외롭게 한다.

-귀향-

by 몽접

아주 오랜만에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에 가면 그 특유의 안온함이 함께 있어 버스에서 내리면 한참을 서 있게 한다. 그리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집을 간다. 엄마 아빠는 더 시골로 내려가셨지만 그래도 버스를 타면 갈아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기억에 잠긴다. 왼쪽 편에서는 내가 뛰었던 곳이고 오른쪽에서 더 가면 사과나무가 있었고 지금은 사라진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사진 맛집이 되었고, 어렸을 때 나는 서울을 동경하지 않았다. 다만 할머니는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라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하셨다. 그래서 나도 서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때마침 남들보다 다행히 내 전공을 일찍 찾은 덕분에 서울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보겠다고 덕분에 서울에 입성하고 난 판판히 깨졌다. 내가 산 시골은 시간이 더디 가는 곳이었다. 서울은 하루에도 열두 번은 간판이 올려지고 내려지는 곳이었고 어디가 어디인지 눈을 똑바로 뜨고 살아가야 하는 힘든 곳이었다.


아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친구와 명동 롯데리아에서 만나기로 했다. 난 그래,라고 답변을 했는데 세상에 명동 롯데리아가 너무 많아서 엄청 헤매다가 도대체 어디가 어디지 숙제처럼 뱅뱅 돌다가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물었더니 몇 번 출구 어디라는 답을 얻었다. 서울태생인 친구는 깔깔 웃으면서 "어쩐지 네가 그냥 알았다 할 때부터 알 봤다며, 이 드넓은 명동 바닥에 롯데이라가 한 곳이겠냐?" 라며 나를 두고두고 놀렸다.

그때 카오스를 느끼며 정말 이렇게 다른 곳이니 서울에 있으면 눈뜨고 코베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에 피식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고향에 가면 동창들을 많이 만난다. 그리고 일시에 날짜를 잡아서 밥을 먹고 간단하게 술을 마신다. 그럼 그 언젠가의 추억을 끄집어내서 이야기를 한다. 나는 기억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는데 얼굴이 붉어진다. 어릴 때 장난에 심술이 많았던 친구는 지금은 부인에게 꽉 잡혀 사는 것이 정말 드라마라고 웃고, 한 친구는 아버지 문구점을 이어서 하는데 우리는 친구덕에 100원짜리 뽑기를 하면 칼같이 돈을 받고 더없이 꽝일 때는 사탕 하나 주는 친구에게 야박하다라며 웃는데 그렇게 우리는 이렇게 시간이 흘렀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친구들 중에 가장 어렵게 산 친구는 할머니와 살았던 친구가 있다. 맑고 참으로 선했던 친구다. 그래서 늘 친구들은 장난도 많이 쳤지만 가난했기에 옷이 늘 똑같아서 그 친구에게는 스트레스였을텐데 그걸 아는 짓궂은 아이들은 놀렸다. 난 그런 친구들에게 가서 으름장을 놓았고 그럼 그 친구는 나에게 고마워했는데 그 친구가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 다들 축하한다고 손을 빌려가며 하나하나 장만을 했다.


지나간 우리 동창 모임에서 그 친구를 덕선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그 응팔이에 덕선이 말이다. 꿈 많고 철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다른 사람을 넓은 마음에서 안아주는 덕선이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응팔을 보면서 하나같이 그 친구를 떠올렸다고 했다. 당장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우리는 "너야"라고 했다.

물론 난 그 드라마를 다 보지 못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기에 드문드문 봤지만 그 느낌이라는 것이 있기에 대충은 짐작은 했다. 그래서 나도 "응"이라고 수긍했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이제 새 삶을 시작하는 우리 덕선이 잘 살기 바란다. 그리고 내게도 돌아갈 고향이 있고 친구들이 있다는 게 고맙다.

내게 고향은 어렸을 때는 모든 걸 내어 준 공간이다. 어릴 때는 몰랐다. 이 좁은 바닥이 내게 준 것은 그저 작은 문명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아날로그 공간이 준 감성은 내게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고 언젠가 인생 선배가 나이가 들면 고향에 갚을 것이 있다면 그럴 능력이 된다면 너도 갚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한 것이 요즘 마음에 남는다.


서울 친구들은 학교에서 가을에 추석이 되면 고향에 가는 나를 부러워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리고 그저 받아 주는 넓은 마음은 그냥 복이다.

내 친구들 그리고 덕선이 이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먹는 것이 내게는 귀향 그 자체이다.

서울은 참 사람을 외롭게 한다. 돌아갈 고향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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