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알아 준 당신, 고마웠어요.

-그게 나야-

by 몽접

매번 정리를 할 수 없지만 새책과 아닌 책들을 정리한다. 그런데 쉽지 않다. 이것도 일이다. 그래서 날을 잡아서 한다. 노동이다. 웃픈 이야기지만 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나 스스로에게 한다. '책 또 사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난 벌써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난 한 달에 고정비로 책을 사고 그나마 중고시장이 잘 형성이 되어 있어서 저렴하게 구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어나 독일어 일어등 외국어 서적인 경우는 직접 사기도 해서 또 그렇게 저렴하지도 않기도 한다. 모든 책 가격 형성이 좋을 수 없어서 그때그때 다르다.


지난주 책을 정리했다.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티베트 관련 서적을 한 꾸러미 정리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오랜만에 접한 내용들에 메모에 잠시 넋을 놓고 울어 버렸다.

이 책은 예전 남자친구가 내게 선물을 해 준 책이다.

한참 티베트에 관심이 있어서 달라이라마에 관하여 공부를 하고 있었고 친구는 대학에서 공부를 했었던 터라 관심사가 같아서 본인이 사서 읽어보고 좋아서 내게 사주었다.

그걸 받았을 때는 같이 동동주를 먹었을 때인데 생각지 못한 선물에 당황도 당황이지만 세심함에 놀라서 고맙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웃픈 이야기는 헤어지고 거의 물건을 다 버렸다. 그래야 내 마음이 정리가 될 것 같아서, 친구들 의견도 그랬다. 장문에 편지들이며 소소한 노트들까지 거의 다 버렸는데 이 책을 보니 아직 그대로 있는 책을 보니 새삼 놀라워서 움찔했다.


그리고 그 시절을 살았던 내가 놀라웠다.

생각해 보면 난 이 친구보다 뭔가 늘 늦었다. 하나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만 이 친구는 결론도 빨랐고 생각도 나보다 깊었다. 그래서 내가 배우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평소 내 이성관은 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게 딱 아귀가 맞았다. 그 친구도 그걸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구름에 떠가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게 따지고 보면 맞는 이야기였고 연애의 고수였지만 나에게는 그런 티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연애라고는 일도 모르는 게 신기해서 늘 "참 순진하다"라고 이야기를 했으나 그때는 그게 칭찬이라고 생각했는데 헤어지고 울분에 찼을 때는 나를 놀렸다는 생각에 화가 났었다.


스무 살을 관통하면서 내가 가진 질문들 그리고 해결을 할 수 없는 끝없는 이야기들을 이야기하면서 난 나를 스스로 협소한 공간으로 이끌었고 그때마다 나에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이야기는 나도 하겠다"라고 퉁을 주면 "그게 윤회다"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나보다 더 성숙한 친구였다. 그건 그 친구에 노력이기도 했고 삶에서 나온 노동력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없는 부족한 부분이 그 친구에게는 분명히 있었다.


진리는 멀리 있지 않아요. 일상의 마디마디에 있지요. 공기 속에 있고 들숨과 날숨에 있습니다.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지요. 다만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고통도 생기기 마련이지요. 도저히 헤어 나올 길 없는 인력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되지 않는 번민들. 하나 '그것 또한 지나갑니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또 삶이 있듯 모든 건 진리에 진리를 끌고 이어집니다..... 이하 생략


이 글 귀들을 보고서 한참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그때 이미 나를 알았구나,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게 나야,라는 노래처럼 헤어지고 세상 무너질 것처럼 펑펑 울었고 나에게 모든 걸 나 줄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물론 헤어질 때는 나에게 준 것을 모조리 거두어 간 사람이었지만 나에게는 그 시절을 한 줄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난 이 노래를 들으면 가사 하나하나에 그 시절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 또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게 나라고 말이다.

이전 05화헤어진 남자친구를 동네에서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