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부정하면 내 20대는 없습니다.

-동반자-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by 몽접

s, 당신이 있었던 내 20대는 화려하지도 남루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같은 반 초등학교였고 늘 싸웠지만 사실 알고 보면 너무나 닮은 점은 많았지요. 그랬습니다. 당신은 우리 반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남학생이었고 나는 화장실에 가장 많은 낙서에 주인공이었는데 친구들이 우리 둘을 묶어서 놀리면 불같이 화낼 법한데 당신은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물어볼 것을 그랬습니다. 왜 한 번 화를 내지 않았냐고 말입니다.


치열한 삶은 열심히 사는 삶과 다르다고 말한 당신이 있었기에 내 20대의 삶은 조금은 달랐던 듯합니다. 기숙사를 나와 다시 대학교 기숙사를 들어가고 허망함과 알 수 없는 비관적인 삶을 살아가는 중에 당신이 한 말이 기억이 나서 새벽 시장에 가서 삶의 터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허사에서 발을 움직이고 있는지 알았습니다. 당신이 그런 말을 했지요. "네가 생각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오류가 많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화를 냈지만 일정 부분 수정을 하며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을 때 왜 당신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난 삶의 중심을 책에서 찾으려고 했었고 당신은 삶의 중심을 실천과 행동에서 찾으려고 했었죠. 그래서 난 늘 궁금했었습니다."왜 나는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웃기지만 일정 부분은 지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가지 못했고 당신에게서 배우기로 했죠. 그래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당신이 역사를 공부한다고 해서 나 역시 따라가면서 역사를 공부한 건 신의 한 수였습니다.


대학교 3학년 허름한 선술집에서 당신이 나에게 말했습니다."우리는 동반자야.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동반자"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해서 물었더니 당신은 씩 웃으며 "동반자라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동반자" 술기운에 해석이 어려워서 동반자라는 뜻이 많은데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당신에게는 말을 못 했지만 집에 가서 백과사전과 국어사전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런데 너무 깊은 뜻이 있어서 친구로서 책임감을 많이 가졌습니다. 이렇게 나를 믿는 친구에게 더 나 자신을 돌아봐야겠다는 시그널로 난 생각 했죠.


그리고 우리가 연애를 할 때는 정말 평생 동반자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내게는 당신이 사라지고 검은 사막에 있는 것처럼 낮에는 덥고 밤에는 한기가 있었고 그렇게 철저히 나를 고립시키며 힘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그림자가 이렇게 깊게 드리워진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내 입에서 동반자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S 당신은 지금 잘 계십니까?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말한 삶을 난 살고 있습니다. 몰랐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당신이 말했던 삶입니다. 감사합니다. 내게는 그리 보잘것없는 환경에 당신이 있어주어서 내 20대는 화려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았던 삶이었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내 삶은 정말 좋았습니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 해도 난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당신이었기에 난 후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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