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나의 힘

-기억의 습작-

by 몽접

대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여름방학이 되고 다들 기숙사를 정리하고 인사를 하는데 친구 한 명이 나에게 은밀하게 알바를 제의했다. 고액과외 알바였는데 그동안 쏠쏠하게 벌었다며 자신이 하는 학생이 마침 국어를 생각하고 있으니 인사겸 해서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나에게 제안을 했다. 하지만 난 단칼에 거절을 했다. 난 그 정도의 능력도 없거니와 그 값어치의 지식수준도 없다고 생각을 했다. 추후에 알고 보니 이 친구는 친구 몇 명에게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이 친구와 같이 알바를 했던 것으로 졸업시즌까지 했던 것으로 알게 되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사람은 익숙한 것이 가장 좋은 법이다. 그래서 난 예전에 했던 치킨집 사장님께 혹시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시지 않으냐고 여쭤봤고 아직은 그렇지 않은데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를 주시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감사했다. 그러나 그 텀을 견디기에는 너무 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바빴다. 그러던 중 친구 한 명이 학교 앞 편의점에 학생이 필요하다는 귀한 정보를 나에게 전달했다. 바로 달려가서 인사를 하고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면접을 보고 이틀 후에 합격 여부를 알려주겠다는 사장님께 나는 열심히 하겠다는 인사를 어필하고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당일, 연락이 왔다. 난 급하게 달려가서 무조건 감사하다고 일을 시작했다. 처음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계산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일단은 담배 위치를 빨리 익혀야 했고 그다음은 라면이나 아이들이 먹는 음식들을 빨리 깨끗하게 청소해야 했고 날짜가 지난 음식을 처리하는 것도 시작이다 보니 처음 하는 나에게는 늘 이용만 하던 편의점의 세계는 정말 진입장벽이 높았다.


그날이었다. 시간은 밤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배테랑인 내 짝꿍과 음식물을 정리하고 뒷자리 창고로 들어가서 음료를 채우고 그렇게 시간을 넘기고 있었는데 딩동하고 들어오는 아저씨는 얼굴이 붉어져 있으셨다.

"어서 오세요" 나는 인사를 했다. 그때 아저씨는 나에게 "너 나이 얼마야?" 속으로 생각했다. '진상이다'침착하자는 말을 속으로 하면서 웃으며 "대학교 3학년입니다"라고 말을 했다. 아저씨는 흔들거리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시며 편의점을 한 바퀴 도시더니 "아니 여기는 물건이 없네?" 하셨다. 나는 "찾으시는 물건 있으실까요?"

라고 응답을 했다. 아저씨는 "됐어" 하고 가셨다. 쓰레기를 정리하고 밖에 있었던 짝꿍이 들어와서 "무슨 일 있으셨어요?"라고 나에게 물었고 나는 "아니 좀.." 베테랑 짝꿍은 "진상이네요" 그렇게 몇 분이 되었을까 또다시 들어오셨다. 나는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데 갑자기 돈을 요구하셨다.

"아니 내가 여기에 3만 원을 썼어. 그런데 없어. 이거는 편의점에서 돈을 가져가겠다는 생각이잖아!!!"

우리 둘은 무슨 이야기가 인지 몰라서 물어봤더니 세상에 편의점 앞에 설치된 뽑기에서 돈을 날린 게 너무 화나셔서 우리에게 따지러 오신 거다.

우리는 최대한 침착하게 "아저씨 그건 저희가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아저씨께서 다시 해보시거나 그냥 가셔야 해요"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주인분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고 그러나 전화통화가 되지 않았다.

점점 난감한 것은 손님들은 들어오는데 고성이 오가니 우리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아서 경찰을 부를까도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아저씨는 "그래 그럼 라면이나 먹고 가지 뭐" 하시며 라면값을 지불하시고 정말 라면을 드시기로 하고 조용해졌다.

우리는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숨을 놓고 있었는데 이런, 그 뜨거운 국물을 우리에게 퍼부었다.

순간이었다.

"아!!!"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서 경찰을 불렀고 우리는 그 상황을 그대로 말씀드렸고 아저씨는 결국 경찰차에 실려 가셨다.

나와 메이트는 라면 국물에 얼룩이 졌고 손에도 작으나마 화상이 있었다.

급하게 주인분은 달려오셨고 상황을 들으신 주인은 "이런 진상은 "하시면서 몇 번이고 화를 내셨다.

우리는 그다음 날 하루 쉬라고 배려를 해주셨지만 그냥 나갔다.

내 친구는 손에 부은 색깔은 뭐냐고 물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 상대방의 질문은 "그래도 하는 거야?"라는 질문이었는데 "그럼 어떡해?"

친구는 자신이었다면 하지 않을 거였다고 했다. 순간 나도 그런 가, 하고 했는데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살면서 어디에나 있는 진상들에게 질 수 없다고 오히려 신발끈을 묶으며 출근을 했다. 이후에도 진상들을 많이 만났다. 가난하게 살았던 나는 선택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그리 화를 낸 적은 없었다.

그런가 보다. 대학을 가서도 그랬다. 오히려 내가 더 열심히 산 게 내 삶에 몸에 밴 가난이라는 이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사람은 살면서 언젠가 힘을 내야 할 때 그 근원을 따진다면 사람마다 그 기로에 있는 힘은 아마도 뭔가가 있겠지. 난 가난이다. 그 가난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


기억의 조각들이 나를 더 단단히 만들어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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