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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25. 2024

그 많은 친구들은 다 어디 갔을까.

친구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어릴 때 떡볶이 먹으며 약속처럼 교문 앞에서 만나던 친구들, 초등학교 친구들을 생각하면 정말 많았다. 그냥 어떤 분식집에 가느냐가 고민이었던 순수했던 그 친구들과의 약속이 고민이었던 순딩했던 그 시절에 친구의 기준은 지우개 나눠 쓰고 미술시간에 못 가져간 크레파스 나눠 쓰고 고마운 마음에 달고나 사서 나눠먹고 그랬다. 그리고 중학교를 가니 완전히 달랐다. 여중이었는데 뭐라고 할까 그 알 수 없는 분위기에 나는 좀 싫었다. 그냥 난 말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어떤 서클에도 들어가지 않고 그냥 조용히 독서부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가 되어서 한 달에 들어오는 책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옛날 사람이라 도서관 카드가 컴퓨터식이 아니라 직접 기입하는 식이라서 내 이름을 제일 먼저 적을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많이 산 책들은 문고판이었는데 생각하면 그것도 나름 좋았다. 해외베스트셀러와 국내 작가들을 엄선해서 많은 책들을 볼 수 있었고 중학교 때 친구들은 사춘기는 없었지만 그냥 생각이 비슷한 친구들이 친구였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는 정말 갈렸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누가 친구를 하자고 해도 그냥 "응" 이라고만 했지 딱히 뭐라고 할 수 있는 깜냥이 아이였다. 그래서 그냥 정말 조용히 지냈다. 고등학교도 도서관 사서였다. 고등학교 도서관은 천국이었다. 중학교보다 더 크고 카테고리가 넓었다. 나는 고향이라서 서울에서만 살 수 있는 문학잡지를 볼 수 있었고 사회. 과학. 종교 등 정말 질이 좋다는 책을 정말 많이 봤다. 특히나 중학교 때 문학을 많이 봐서 사회. 과학은 좀 좁았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사서과 담당이셔서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잡식성을 가지라고 하셔서 많은 노력을 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갑자기 국부론을 읽으라고 하셔서 이해도 안 되고 무슨 이야기인지도 몰라서 한 5번은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씩 읽어가면서 재미를 붙여서 사서도 정말 재미있게 생활했고 그때는 문학을 조호하는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때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두고 열띤 토론을 하면서 지냈는데 다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투정이다. 하지만 그때는 신중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어떤 작가가 작품을 썼다. 그런데 그 작품이 좋다. 그런데 독자가 보지 않는다. 그럼 이건 예술인가 아닌가, 뭐 이런 식부터 여러 가지를 놓고서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 중에 미술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만화도 예술로 승화를 해서 이야기를 해줘서 만화에 대한 내 식견을 넓혀준 아주 고마운 친구였다. 훗날 대학을 가서도 이 친구는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대학을 가서는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지금은 사회생활 글쎄다. 거의 친구가 없다. 친구라고 하면 사회에서 만나서 가끔 연락하는 정도. 그런데 친구라고 명하기는 어색하고 그렇다.

그 많은 친구는 어디로 갔을까. 고향에 가면 초등학교 친구들은 있다. 그들은 내게 언제든 내려오라고 늘 말하지만 난 늘 말한다. "답이 없어"라고. 참 이상한 것은 친구가 없다는 걸 아는데 친구를 만들 생각은 안 한다. 그냥 이렇게 혼자 사는 거지 하고 산다. 그래서 그런가 딱히 친구가 없다고 해서 불편하지는 않다. 그냥 마음 터 놓고 지내는 사람 몇 사람 있으면 되는 거지 하고 산다. 그래서 친구라는 단어에 너무 몰입해서 살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받아들이는 성격이다. 내가 모가 나서 그렇겠지라고 말이다.


서울에 와서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누가 물으면 "이제는 고향이 서울인데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속으로 이야기한다. '고향으로 가야지' 늘 꿈을 꾼다. 고향으로 가는 꿈. 가도 친구가 많아지는 건 아니지만 나를 키워준 고향이니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마음을 비우자. 그래야 좀 더 사는 게 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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