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활자 중독자이다. 처음에는 몰랐다. 나이가 들면서 남들보다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마시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뭔가 집중을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한 번은 음료수를 마시는데 옆에 있는 직장 동료가 "자기 뭘 그렇게 봐?"라고 물었다. 그래서 난 "여기 쓰여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이 음료를 마시면 될까라는 의문점과 동시에 이 단어의 뜻을 모르겠어요"라고 답을 했다. 그때 이온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동료는 "아니 뭘 그렇게 따지고 마셔. 그냥 마시면 되는 거지"라고 웃으며 답을 해주셨는데 생각을 해 보니 나는 음료를 마실 때 다 읽어본다. 그리고 버린다.
이렇게 행동한 게 꽤 된 것 같다. 모르는 뜻은 네이버에 검색을 해서 알아보는데 역시 그 뜻을 다 알기란 어려워서 이미지까지 찾아보는 편인데 이렇게 모르는 단어는 수첩에 적어서 메모를 하고 뜻을 알아보고 그리고 단어 영역을 넓혀간다.
이렇게 재미있게 살다가 문제는 지난주에 터졌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호기심인데 자주 가는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을 했는데 이 약사님은 정말 친절하셔서 약알에 성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하나하나 알려주신다. 그때는 알아서 네,라고 답을 하는데 집에 오면 또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찾아본다. 결국은 내 호기심이 책을 사게 했다. 내 집과 거리가 짧은 중고서점에 가서 의학서적을 샀다.
물론 의사를 하고 있는 지인에게 아주 초기에 읽는 기초 의학서적과 의학용어사전을 사전을 추천을 받아서 샀다. 그리고 지금 내가 아파서 복용하고 있는 약에 대한 성분과 내 상태를 지인에게 말해서 관련된 서적을 추천을 받아서 책을 샀는데 문제는 다 영어다. 그것도 너무 어려운 영어.
사실 번역을 하면서 그리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이건 뭐 거의 너무 생 초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사전에 거의 기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정말 재미있다는 거다. 우리가 아는 심장이라는 단어는 하트가 아니라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다. 그래서 내 무식함을 조금 벗겨내는 기분을 맛보았다.
활자중독이니 이것을 샀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고 책을 꺼내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어머 책인데... 무슨.." 하고 물으니 나는 "그냥 보는 책이요..." 했는데 누가 봐도 의학책이다.
그래서 수줍음에 말없이 있는데 너무 심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었다.
다시 집에 와서 책을 펼쳐서 궁금한 부분을 찾아서 보고 있다.
생각을 해보니 어렸을 때 신문을 정말 많이 읽었고 신문을 끊은 건 대략 2년도 안된 것 같다. 처음부터 광고 하나까지 다 읽은 나였으니 알만하지 않나. 어쨌든 난 활자중독자로 이렇게 살면서 애환이 있지만 삶에 반전도 있어서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난 읽는 사람이고 쓰는 사람이고 싶다.
추신: 제가 발행했던 읽는 라디오 <일주일> 입니다는 당분간 발행을 미루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지금도 졸필이지만 더 생각을 다듬어서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많은 응원을 해주셨던 구독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늦은 여름밤 시원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