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새로운 탄생.

by 몽접

결혼식은 아주 잘 되었다. 여자와 남자는 기쁜 마음으로 살았다. 물론 시어머니를 깍듯하게 모시는 여자로 주변에서는 칭찬이 자자했다. 여자도 마음이 흐뭇했다.

여자의 욕심이라면 손자나 손주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을 기다렸다.


여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늘 종종거리는 삶을 살았고 숨어 살면서 어두운 검은색이 그녀의 삶이었다면 지금은 밝은 흰색이다. 무엇을 그려 넣는가에 따라 그녀의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제 팔순에 나이에 그녀가 바라는 게 많다면 그것도 이상하다. 아들은 충실하게 가정을 지켜나갔고 부인에게도 아주 자상한 남편이었다. 아들을 보면 자신에 남편이 생각났다. 많은 것들이 닮았다. 그래서 때로는 남편이 생각나서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그때뿐이었다.


그렇게 3년이 흐르고 며느리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은 며느리가 아주 아무것도 먹지 못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물을 먹어도 구역질을 하고 촉이 좋은 여자는 혹시 며느리에게 달거리를 언제 했는지 기억하느냐 물었다. 며느리는 대충 계산하더니 웃었다.


그렇게 축복받을 아이를 생각하니 여자는 바빠졌다. 아들에게 트럭을 몰아 장으로 가자고 했다. 먹거리를 샀고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옷을 지어줄 생각이었다.

아들도 신이 나서 매일 웃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며느리 출산은 한 달이 다가왔다. 여자는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며느리도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남자도 부인을 최대한 도우며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다 되어 갈 무렵 며느리에게 산통에 신호가 왔다. 그날 밤이었다. 보름달이 가장 커서 풀 문이라는 그날, 며느리는 "어머니!!"라고 외치며 배를 움켜쥐었다. 여자는 후루룩 뛰어가서 며느리를 찾았다.

그리고 아들에게 대야에 물을 떠오르다 시켰다. 남자는 최대한 일정한 온도를 맞추려고 노력을 했고 떨리는 손을 겨우 부여잡고 문 앞을 서성거렸다.

"어머니 배가 너무 아파요"

여자는 "하늘이 검게 될 때까지 그때까지 무조건 버텨야 한다."


며느리는 "아니 그게 아니라 아이가 거꾸로 있는 것 같아요."

여자는 "아니다, 조금 더 힘을 써봐"

며느리에 악다구니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커졌고 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이 넘어갔다.

그렇지만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여자는 마음이 급했다. 이러다 조산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며느리에게 "숨을 크게 내쉬고 자 따라 하자, 하나 둘 셋"

며느리는 땀방울이 범벅이 되고 정신이 없지만, 시어머니 말을 따르기로 하는 힘을 주어 "하나 둘 셋"을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렇게 몇 번을 했을까 드디어 아이가 나왔다. 그리고 며느리는 기절했다.

"으앙으앙" 며느리, 아들이다.

하지만 며느리는 정신이 없어 혼절 상태였다. 여자는 아이를 들어 안았고 탯줄을 잘랐다. 그런데 뭔가 꼬였다. 이게 뭐지 하고 보는데 이런 이건 아니다.


세상에 아이 꼬리뼈에 털이 있다. 직감을 한 여자는 손이 떨렸다.

대물림이다. 며느리가 정신이 없는 사이에 잘라야 했다. 탯줄 가위를 들고서 아이가 울 때 여자는 꼬리뼈에 있는 털을 자르고 꼬리뼈를 자르기로 했다.


그때였다. "어머니 저 들어가도 될까요?"

여자는 "아니다, 아직 탯줄을 자르기 전이다."


여자의 떨리는 음성에 아들은 알겠다고 기다릴 테니 빨리 불러달라고 말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여자는 '내가 해야지, 내가 알아서 해야 해'

그리고는 갑자기 울음을 멈춘 사내에게서 여자는 긴 엿가위로 꼬리뼈를 잘랐다.


피로 흥건한 수건에 아이는 다시 크게 울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깨어난 며느리는 아이를 안았다.

그리고 며느리는 "어머니 아이에게서 털이."


여자는 "다들 태어날 때는 약간씩 털이 있다. 그게 난거지 별일 아니다" 싹둑 잘랐다.

며느리는 아기를 안으며 "감사합니다."라며 울었다.


아들은 들어와서 자신에 부인을 안으며 움켜쥔 아이에 손을 펴며 "곱다"라며 남자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봤다.

어머니에 손에 잘린 뭔가가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 남자는 흠칫했다.

혹시, 혹시 했다.

재빠르게 그것을 보따리를 싼 여자는 장작에 쌓아 불에 태워 넣기로 했다.



남자는 발이 빠르게 따라와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혹시."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남자는 "저 봤어요."


여자는 "그럼 물어볼 것도 들을 것도 없다.."


남자는" 휴." 깊은 한숨을 쉬며 눈물을 흘렸다.


며느리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

손자는 나날이 잘 컸다. 집을 돌아다니며 키도 컸지만, 애교도 나날이 늘었다.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어색한 두 명이 두 명을 만나 네 명으로 살아가는 삶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여자도 이제는 예전에 삶을 살 수 없었다.

숨은 가쁘고 몸은 여기저기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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