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인생의 회전목마

by 몽접

어느덧 여자의 나이는 팔순이 다되었다. 여자에 몸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그날이었다. 여자가 잠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기침을 했다.


겨울에 기침이야 늘 하는 일이지만 피를 토했다. 아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매우 놀라워했고 여자도 놀랐다. 며느리는 당장 병원을 가자며 재촉을 했고 손자는 울었다. 여자는 괜한 걱정이라며 이 나이에 아무렇지 않은 게 더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아들의 채근에 결국 병원을 갔다.


몇 가지 검사로 끝날 줄 알았던 검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하게 했고 결과지는 충격이었다. 암으로 나왔다. 여자는 울지 않으려고 한복 끝자락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의사는 "전신에 암이 퍼져있습니다" 아들에 얼굴은 일그러졌고 며느리는 슬픔을 감추지 못해 문을 박차고 나갔다. 여자는 알겠다고 하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식구들에게 아무렇지 않다고 괜히 웃어 보였다.


그렇게 긴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들은 몇 가지 옷을 싸들고 입원을 준비했다. 여자도 입원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픔은 그렇다지만 집이 아닌 곳도 모르는 사람들과 지낸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다는 게 고역이었다.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지냈을까 여자는 결국 입원을 철회했다. 그리고 자그마한 소동이 있었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며느리는 뜨끈한 차를 내오며 여자의 손을 잡았다. "얘들아 난 여기오니 살 것만 같구나. 내 삶은 바람이었어. 늘 머물 수 없는 그런 사람. 그런데 우리 아들이 결혼도 하고 며느리 얻고 손자도 있고 , 그러면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얻고서 난 내 살을 얻었다고 생각했지. 난 더 이상 연명치료를 하고 싶지 않구나. 그래서 말인데 난 내 집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구나. 너희들이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사는 게 꼭 오래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나는 많은 사람들을 봐 왔어. 사람마다 그 쓰임이 있고 색깔이 있지. 그래서 난 여기까지. "


여자는 환하게 웃었다. 아들은 깊은 한숨을 쉬었지만 여자에 소원이라는 말에 더 이상 말을 하는 건 아무 의미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묻지 않았다.


대신 아들은 집을 한채 샀다. 오두막집이었다. 예전 폐가에 살 때부터 생각을 했다. 자신의 집이 너무 누추하고 더러워서 커서 어른이 되면 큰 평수에 안락한 집을 어머니에게 선물로 사드리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그게 이렇게 드릴지는 정말 몰랐다.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여자는 행복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집과 너무 닮았다. 여자가 좋아하는 색은 푸른색이었다.


아들과 손자는 할머니를 위해 지붕도 푸른색으로 칠했다. 몇 가지를 손을 보니 여자를 위한 집으로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당분간 일임을 하고 덕장을 쉬기로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의 삶에 자신이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추억을 드리고 싶었다. 어릴 때 생각을 해보면 자신과 어울리지 못했던 어머니는 늘 바쁜 사람이었다.


때로는 그게 자신을 외롭게 한다는 생각에 싫었지만 나이가 들어 자신도 이제 가족을 먹여 살려보니 그게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일인가를 알았으니 감사함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부인도 허락을 했다. 아니 부인이 더 부추겼다.


그렇게 온전한 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이라는 형태 그 이상이었다. 아침이 되면 각자 바빠서 뿔뿔이 살던 때와는 달리 다 같이 모여 젓가락과 숟가락을 쓰며 밥을 나눠먹으며 반찬을 나눠주며 간을 보며 짜다 달다를 말하며 동사를 말하며 산다는 것이 이렇게 살아보는 게 이렇게 어려웠던가를 생각해 보니 눈가에 눈물이 났다.


이전 07화7. 새로운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