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화양연화.

by 몽접

겨울에서 한겨울로 가는 길목이다. 눈을 쓸어도 그다음 날이면 더 깊은 눈이 있다.


여자는 눈길을 밟고 싶었다. "아들아 눈길이 밟고 싶구나"

아들은 "어머니 제 등에 업히세요" 여자는 부끄러웠지만 올랐다.

그리고 사르륵사르륵 밟히는 소리를 즐기며 "내가 너 어렸을 때 많이 이렇게 길을 걸었지. 그럼 넌 내게 노래를 불러줬단다. 기억나느냐?"

남자는 "그런가요?"

여자는 "응"


남자는 "어릴 때라 기억이 잘.. 하지만 그건 기억하죠. 아주 눈이 많이 내려 제 발목을 훨씬 넘겼을 때 어머니께서 절 엎고서는 동태를 팔고서 남은 돈으로 맛있는 국밥을 사주신 날을 기억해요. 그러시면서 당신은 못 드신다는 거짓말로 저에게 더 많은 고기를 남기셨죠"

여자는 웃으며 "그걸 기억하다니 고맙구나"


아들은 "어머니 전 살면서 외롭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아버지 없어서 외롭겠구나 했겠지만 어머니는 곱절에 곱절로 저를 키워주셨잖아요. 그런데 제가 외롭겠어요. 그래서 씩씩하게 컸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덕장에서 일하신다고 비린내가 벤다고 걱정을 하셨지만 전 그런 어머니가 멋있었어요. 아버지가 없으니 생계를 책임지는 모습이 멋있었죠.

그래서 저도 지금 덕장을 하지만 제 아들은 할지 모르겠어요.

전 부끄러운 것 없이 살았고 어머니 덕분에 이렇게 살았어요. 감사해요"


여자는 "고맙구나. 지금 생각하면 인생은 말이다. 이 눈이다. 밟으면 더러워지는 눈. 그래서 난 늘 조심히 살려고 노력했지. 네게 보이는 세상이 내가 보여준 세상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하나도 둘도 조심하려고 했어. 그래도 빈 곳은 많았겠지"


아들은 "전혀요, 제가 못 따라가죠. 어머니는 현명하셨죠. 그리고 전 존경해요. 어머니 그 암 말이죠. 그건 어머니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아마도 절 키우시면서 참으셔서 그러실 거예요.


제가 고양이 인간이라 동네 소문날까 봐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그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까요. 어머니가 저 고양이 인간이 아니라고 저에게 힘주셔서 말씀하셨을 때 저 알았어요.

아버지가 어쩌면 고양이 인간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전 어머니를 단 한 번도 탓하지 않았어요.

어머니 감사드려요. 그리고 잊지 않을게요. "


그때였다. 갑자기 여자에 손이 툭하고 떨어졌다. "어머니 어머니?"


여자는 응답이 없었다. 남자는 뛰었다. 그리고 응급실로 갔다. 여자는 이미 숨이 멎었다. 여자는 그렇게 아들에 등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는 장례식을 준비했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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