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응답이 없었다. 남자는 뛰었다. 그리고 응급실로 갔다. 여자는 이미 숨이 멎었다. 여자는 그렇게 아들에 등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는 장례식을 준비했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소문에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도 왔다. 덕장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왔다.
"아이고아이고" 하면서 우는데 그 소리는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손자는 그리운 할머니 영정 사진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할머니 내가 고마워, 우리 할머니는 최고였어.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할머니가 나를 안아주었다고 들었어. 할머니 잊지 않을게. 엄마가 자리를 비울 때면 나를 안고서 산이고 바다이고 함께했고 늘 그리워할 때즈음이면 잊지 않고 엄마 이야기로 나를 웃게 하셨잖아. 감사해요 할머니" 손자는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장례식에 온 많은 사람들은 여자에 일생이 바람이라고 했다.
바람 같은 여자에 일생을 너무나 잘 안다는 인철이 아저씨도 왔다.
처음 덕장을 한다고 아이를 업고 시장을 나갔을 때 여자가 무슨 장사를 하냐며 목소리를 올릴 때 처음으로 자리를 내어 준 사람이다.
"너희 엄마 고생 진짜 많이 하셨다. 덕장, 그게 말이 좋아 덕장이지. 그게 일이냐? 고생이지. 추운 날씨 맞아가며 남자들도 힘들다는 일을 너 엎어 가며 처음 장사 나왔을 때 다들 아니다 무슨 말을 하겠냐"
쓴 소주를 들며 인철은 말을 했다.
그리고 연이어 "그리고 너 무슨 고양이 인간? 그 이상한 이야기가 나고부터는 내 자식 내가 키우겠다고 장사도 한 곳에서 못하고 여기저기 얻어가면서 하느라 정말 고생이었지. 못난 사내들은 어쩌다 한 번 잘까 싶어서 치맛자락을 훔칠까 했지만 독기 품으면서 눈깔을 뒤집으면 그 눈깔은 정말 내가 본 눈깔 중에서 가장 무서웠다. 너 하나 보고 산 양반이다. "
아들은 "알고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소주만 들이켜는 아저씨에게 어떤 말이 좋을까 싶었다.
인철은 "오늘 장례식에 사람 많은 걸 보니 그냥 살지는 않았나 보다."
아들은 "그러게요. 어머니께서 많은 걸 이뤄놓고 가셨습니다"
인철은" 대단하지. 너희 어머니 덕장하고 나머지 여자들이 줄줄이 따라 한 거잖아. 너희 어머니가 다 가르쳐주고"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못난 년, 이렇게 가나"
진여사였다. 시장 한 바닥에서 싸웠던 여자. 고양이 인간을 낳았다고 소문을 냈던 여자. 진여정. 검은 마스카라에 붉은 입술을 하고 한복을 입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아이고 내가 먼저 가야 하는데" 하면서 엉엉 울었다.
아들은 "감사합니다"
진여사는 "아니 암이라는데 그냥 뒀어"
아들은 "어머니는 남은 여생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하셨습니다"
진여사는 "하긴 바쁘게 살았으니 추억이 먹고 싶었을 거야"
진여사는 " 너희 어머니 대단하셨다. 내가 그렇게 사시미 눈을 떠도 기하나 안 죽고 살았으니 얼마나 독한 년으로 살았는데, 내가 살다 살다 이렇게 독한 년은 처음이다 할 정도로 사셨으니.
"그럼 그럼" 눈물을 훔치며 영정 사진 앞으론 가서 절을 했다. 그리고 굽어진 등을 겨우 펴며 지난날을 추억하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 이야기를 했다. "덕장을 할 때 사내들을 그리 다루더니 참 딱 부러졌다. 아들인 널 부러웠다. 널 보니 참으로 대단하다" 그렇게 저렇게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이제 마지막 하루를 앞두고 있었다.
손자는 지쳐서 잠에 들었다. 아들은 이제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야 했다. 영정 사진 속 어머니는 웃고 계셨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웃는 분이 아니셨다. 전투적인 모습에 늘 어딘가에 싸우는 사람이었다.
당신을 지키려고 그런 게 아니라 나를 지키려고 사신 분이니 그럴만하다. 그래서 그런가, 그런 어머니를 웃겨 드리지 못함에 마음이 아팠다. 더 오래전에 알았어야 했다, 어머니는 웃는 걸 좋아하신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아내는 남편에 뒷모습을 보며 같이 울었다. 무엇 하나 남길 것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신 분이 시어머니셨다. 그래서 늘 친구처럼 살았다. 누구는 고부갈등이 없냐고 물었지만 정말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다들 수군거렸다. 하지만 정말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 식구로 사는 게 얼마나 축복이냐며 노래를 불렀던 어머니인데, 사랑을 많이 받고 살았다.
반찬 하나 물 한잔 그냥 주시지 않고 살았다. 그래서 자신도 아들이 커서 결혼을 하면 시어머니 같은 시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큰 산을 넘어야 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자는 생각했다. 자신이 배워야 할 숙제를 어머니가 주고 가셨다고.
마지막 날 아침이었다. 운구차가 도착을 하고 이제는 여자가 떠나야 한다. 선산에 묻기로 하고 버스는 출발을 했다. 그리고 아들은 이제는 정말 어머니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슬펐다. 하지만 너무 울면 저세상을 가지 못한다는 평소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라 꾹 참고 있었다. 도착을 해서 어머니를 이장하고 나니 눈이 내렸다. 평소 눈을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여보 눈이야" 부인이 이야기했다. 아들의 눈에도 눈물과 함께 눈이 보였다.
"여보 어머니가 하늘에서 우리를 보고 계시겠지?"
아들은 부인에게 괜한 물음을 던졌다.
아내는 "그럼 우리 어머니 고우시잖아"
그렇게 내리는 눈은 아들의 구두에 며느리의 신발에 내려 앉았다.
추신: 마직화입니다. 그동안 지켜봐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더운 여름 끝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