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은퇴 도장을 찍는다.
언제까지 돈을 벌어야 할까? 직접적으로 생각 한 건 최근이다. 집을 사고 내가 먹고 살만큼의 여유 있으면 은퇴하면 되는 건가? 요즘 100세 시대에 내가 100살까지 산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직 나이 40대에 은퇴를 하는 사람 본 적이 없다. 이직은 봤지만 은퇴하는 경우는 아주 소수 봤는데 그건 지극히 개인사정으로 은퇴를 결정해야만 했다. 그러니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먹고사는 즐거움도 있지만 먹고사는 지겨움도 있다. 때로는 월요일이 다가오는 게 정말 그 흔한 월요병처럼 싫어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은퇴를 하면 월요일 아침에 커피를 내려가며 여유롭게 글을 쓰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래서 프리랜서를 부러워한 적도 있다. 하지만 모든 직업에는 명암이 있으니 프리랜서를 하는 친구는 "야 이 직업은 자영업이야"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냥 월급이라는 개념에 안정성을 두고 월급 나오는 날만 보고서 사는 사람으로 한동안 살았다.
고향에서 자영업을 하는 동네 문구점을 운영하는 친구는 되려 나에게 노는 날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고 찻집을 운영하는 친구는 정말 자기 마음으로 문을 닫고 열어서 이러다 망한다라고 하지만 그래도 살고 있다. 사람마다 자기만족 기준이 다르니 그렇게 살겠지 한다.
언젠가 엄마에게 "엄마 나 회사 그만할까?"라고 말을 했더니 엄마는 한참을 말을 하시지 않더니 하늘을 보시고 "뭐 힘드니?"라고 말씀을 하셔서 "아니 그냥 쉬고 싶어서"라고 했더니 엄마는 "막상 그만두면 네 성격에는 또 시험 쳐서 어디론가 가지 않을까 하는데.."라고 말을 흐리셨다. 생각해 보니 난 쉰 적이 없다. 대학교 때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하고도 취직한다고 쉼 없이 공부에 취직에 또 이직에 정말 쉬었다,라고 동사를 말할 수 있는 날이 없었다는 걸 최근에 깨닫고 휴일이 되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바닥에 붙어 있는다.
변호사인 친구는 요즘 불경기라며 열심히 돈을 벌생각에 다른 직종 전문직 자격증에 몰두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는 것 같아서 약간 민망했지만 그냥 지금을 유지하는 게 나로서는 최선인 듯해서 그냥 묵묵히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얼마를 벌어야 하고 얼마나 일해야 할까? 우리 할머니 말씀으로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막상 나이 들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쉬이 늙고 쉬이 우울해져 자신의 삶이 허망하다고 회고하셨다. 지금 연세가 많으시지만 정말 많은 일을 하신다. 일이란 농사일은 아니지만 하루종일 어디론가 가시고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신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언제 은퇴하실 거예요?"
그럼 대부분은 "은퇴? 그런 거 없어. 꾹 눌어 앉아야지 무슨" 하면서 웃으시면서 슬 때 없는 질문을 날렸다는 생각에 머쓱했다.
나는 매일 출근을 하면서 은퇴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역설적인 생각을 하며 꾸준히 도장을 찍으며 다니고 있다. 일이 재미가 있고 많으면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백수로 막상 지낸다고 하면 나 스스로 또 불안해서 뭔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 그래서 난 지금 은퇴를 꿈꾸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성실해라. 그래 성실하자. 이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