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접 Oct 30. 2024

가을은 잔인한 시련의 계절

-ㅡ틈으로 만난 관계- 당신은 틀렸다고 했고 난 다르다고 했다.

연애를 3년 못 채우고 헤어졌다. 어이가 없었지만 내게는 오해할 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오해를 다 듣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는 그냥 헤어지자고 바로 말했다. 친구들은 나에게 들어 볼 것도 없이 다른 여자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럴 리 없다고 단정을 했다.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고 나는 결국 군부대를 찾아가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다.


충분히 오해를 할 수 있었기에 알고 지낸 20년의 세월이라면 내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면 이해를 할 수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왜 귀를 닫아야 했을까를 생각하고 난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면서 결국은 나 자신을 구렁텅이에 몰아세우며 힘들게 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에 나지 않지만 모르는 어떤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고 밝고 명랑한 여자가 내 이름을 말하며 남자친구와의 친분을 언급했으며 그런 일화를 이야기하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라며 이야기하는 남자친구가 더 이상했다. 


결국은 나와의 전화는 점점 멀어지고 파국으로 들어갈 때는 나는 말하지 않고 동굴로 들어갔다.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는 접점에서 내 꼬투리를 잡아서 그렇게 나에게 이야기했다. "헤어지자" 

나는 이 말이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이상했다. 그래서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다. 


헤어지고 친구들은 나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려니했다. 연애 한 번 안 해본 내가 그나마 이 사람은 괜찮겠다 싶어서 했는데 이런 꼴이니 앞으로 무얼 하겠나 싶어서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하고 일 년을 나를 놓고 살았더니 참 엉망이었다. 그때도 난 이유가 있어서 나는 놓고 살았다.

후회는 없다. 그때는 그렇게 살아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에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헤어진건 이 무렵이다. 생각해 보니 그 친구는 나에게 틀렸다고 말했고 나는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는 가끔 틀린 그림 찾기와 다른 그림 찾기를 하듯이 처음부터 보는 방향이 달랐는지도 모른다. 그걸 알았을 때는 이미 옆자리에 없었고 나도 그도 그걸 인정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깨달음이라는 단어에 이 정의를 내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는 나에게 "다르다와 틀리다는 엄청 깊은 간극이지"라고 평했는데 나도 동감한다.

그리고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너무 많이 본 글에서 인연이 될 사람은 모서리에 있어도 본 다는 글귀를 봤는데 난 그러지 못했고 그때는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할 말이 없다.

깊은 감정과 단어들이 가슴 밑으로 내려가 아무것도 남지 않아 나는 그냥 무표정이다.


만나서 무슨 말을 한들 그게 다시 돌아가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그때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지 않을 생각이다.


며칠 전 발신번호제한으로 전화가 두 번이나 왔는데 "몽접아 나야"라고 시작해서 누구냐고 물으니 끊어버렸다.

나도 모른다. 통신사에 의뢰를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후 한 번 더 왔지만 받지 않았다.

다시 또 온다면 알아볼 요량이다.


그래, 당신은 틀렸고 나는 다르다. 이게 당신과 나와의 관계를 내린 정의다.

매거진의 이전글 2만원의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