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라면을 질리도록 먹었다. 남들은 그렇게 먹으면 좋겠다, 했지만 정말 그 밀가루 냄새가 싫어서 "엄마 우리는 왜 라면을 박스로 사서 이렇게 먹어야 해?"라고 물으면 엄마는 "쌀 대신 라면으로 아껴야 해, 지금 우리 빚이 많아" 말씀하셨다. 그렇다. 공무원 생활을 하는 게 발목을 잡아서 담보를 해줘서 집까지 담보여서 빚은 고스란히 우리 집이 물어주고 있어서 정말 최악이었다.
엄마는 월급날이 되면 "아이고 이번달도 남는 게 없네" 하시면서 한숨을 쉬셨고 그다음 가는 곳은 농협이었다. 농협 하나로 마트로 가서 "라면 한 박스 주문할게요" 하시면서 생필품을 사셨다. 라면을 사면 그날은 정말 라면을 많이 먹었다. 주말이 되면 더더욱 라면을 먹었다. 그냥 김치에 얹어 먹고 호사를 누린다면 떡국을 넣어서 먹었는데 이건 좀 맛있어서 엄마에게 "엄마 이건 좀 맛있어"라고 말하면 "이것도 쌀이라 아껴야 해"라고 말씀하셔서 그냥 말없이 먹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르고 라면을 끊었다. 자연스럽게 빚을 다 갚고 엄마는 "오늘은 쌀밥에 고기다"라고 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셨는데 정말 빚을 청산하셨다. 두 분은 환하게 웃으셨고 어린 내 눈에는 내 상장보다 더 좋아하시는 걸 보고 괜히 눈물이 났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라면을 먹지 않았다.
친구들은 괜히 라면이 먹고 싶어서 우리 집에 놀러를 왔었다.
그럼 나는 "우리 집 라면 그저 그래, 그래도 괜찮아?"
라고 물으면 "야 우리 엄마는 몸에 안 좋다고 라면 안 먹어"라고 하면 내심 그게 부러운 감정인지 아니면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게 티가 나서인지 반갑지는 않았지만 친구의 부탁은 거절하기 힘들어서 그날은 친구와 함께 끓여 먹었다.
엄마는 "친구 왔었니?"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응"이라고 답하면 "김치랑 먹지"라고 답을 주시면 나는 "그랬어"라고 하고 그게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라면 국물 버리기에 도전을 하고 야간까지 이어지는 아르바이트에는 필수인 라면국물처리에는 달인의 경지까지 가고 보니 라면은 먹지 않게 되었다. 냄새만 맡아도 싫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대기업을 들어가서 가장 많이 먹은 게 컵라면이다. 시간은 없지, 배는 허기가 들고 그래서 편의점에서 가장 작은 라면을 사서 후루룩 면발을 들이켜고 집으로 가서 잤다. 지금은 주말에 가끔 먹는다.
연예인들은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 년에 3번 이상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정말 먹고 싶으면 먹는다. 정말 심플하게 그냥 라면에 뭣도 넣지 않고.
조기교육이다. 한 번은 치즈를 넣어서 먹었는데 얼마나 느끼한지 몸이 거부해서 토악질을 해서 혼쭐이 났다.
결국 그냥 라면에 국물 한 모금하고서 하늘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이것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 참 어렸을 때는 그렇게 먹었는데 이렇게 먹는 걸 보면 조기교육은 먹는 것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엄마는 늘 초심을 강조하신다. 일이든 음식이든 처음, 그래서 음식을 할 때도 조미료를 신중하게 선택하시고 데코레이션은 하시지만 조미료나 특별한 뭔가를 첨가하시지 않는다. 원래 고유의 음식 보존을 좋아하신다.
원래 그러신 건지 몰라도 우리에게 라면을 알려주실 때도 뭔가를 넣지 않고 라면을 주셨다.
지금 난 오리지널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