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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잇 부엉이 Jan 18. 2016

냉정과 열정 사이

- 자사 지닌 강점에 경쟁력을 높여줄 기술력 확보로 시너지 효과 대성공

- 미래를 내다보는 냉철한 분석 판단으로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적 포석 염두

2004년 역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로 군림해오던 디즈니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었다. 케이블방송업체 컴캐스트였다. 물론 디즈니 이사회의 반대로 인수는 불발이 됐지만, 디즈니는 아마 그 때 깨달았을 것이다. 변화를 위해선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당시 디즈니는 1999년 ‘타잔’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채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흥행작을 내놓으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디즈니를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던 경쟁 기업으로는 컴퓨터그래픽과 3D 애니메이션기법이라는 신기술 분야에서 강세를 띤 ‘픽사’와 ‘드림웍스’가 있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보유하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과거 영화(榮華)에만 매몰돼 있을 수 없었던 디즈니가 선택한 것은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픽사’와의 합병이었다.  2004년 경 한때 협력관계를 청산하는 듯 했던 디즈니와 픽사의 당시 결합을 두고, ‘3D애니메이션’ 시대를 연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의 ‘흥행 재현’을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그로부터 1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스토리’에 강한 디즈니와 ‘첨단 애니메이션 기법’을 자랑하는 ‘픽사’의 합병은 대성공을 기록했고, 그야말로 애니메이션 산업의 전성기를 이끄는 독보적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특히 최근 흥행몰이에 성공한 ‘겨울왕국’은 전통적으로 ‘스토리’와 ‘캐릭터’에 강한 디즈니의 DNA가 가진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최근 ICT업계에서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융·복합이 경쟁처럼 이뤄지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구글’이 추진한 인수합병 건만해도 100여 건에 이르고 ‘페이스북’, ‘애플’도 건수에서는 이보다 못 미치지만 저마다 성장과 진화가 빠른 ICT업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검색엔진에서 출발, ‘인터넷 검색’의 대명사로 유명했던 구글이 2005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것은, 현재 스마트폰 플랫폼 경쟁에서 경쟁자 애플의 iOS를 점유율을 멀찌감치 따돌리면서 우위를 선점하게 된 핵심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앞서 얘기한 디즈니와 서로 다른 영역에서의 구글이지만, 이들의 성장전략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일시적으로 기업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성장전략으로서의 M&A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면서도 철저히 자기 DNA를 성장 견인시켜 줄 비즈니스 확장성을 고려한 혁신전략을 짰고 그것을 과감하게 실천했다는 점이다.

만약 디즈니가 ‘픽사’ 인수를 과감하게 추진하지 않았다면 ‘만화-동화왕국 디즈니’는 오늘날 ‘겨울왕국’과 같은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웠을 것이고, ‘구글’이 ‘검색엔진의 대명사’에만 안주한 채 ‘안드로이드’ 인수에 소극적이었다면 모바일 OS 80% 점유율 달성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직 냉혹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급급해 ‘열정’만을 앞세운 단기 성장전략을 쓰지 않고, 트렌드의 변화를 고래해 내가 지닌 대표DNA를 강화시켜 줄 수 있는 시너지를 ‘냉철’하게 읽어낸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한 것이다.

한편 디즈니는 이어서 만화영화에서의 성공에만 만족하지 않고, 2009년 인수한 마블 엔터테인먼트사의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서 최근 몇 년 새 영화 비즈니스의 중흥기를 일궈내고 있으며, 구글 역시도 모바일 플랫폼을 넘어서 이젠 ‘무인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 끊임없는 혁신을 일궈내는 기업으로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혁신은 누구나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말로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고, 더욱이 그걸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다만 기업이 영속을 목적으로 소비자와 트렌드 변화를 염두에 둔 꾸준한 성장전략에 몰입한다면,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 대한 우려를 넘어 시장에서 확실하게 통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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