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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잇 부엉이 Feb 22. 2017

내 자리

어디까지 처절할 수 있을까

자리를 지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그 다음엔 금방 질린다.

하지만 그 자리를 뜨고 싶어도 못 뜰 때가 있다. 뜨면 안 되게 되는 때가 있다.

지명하여 부름받았을 때 임명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지 않는 이상.

하지만 그 자리는 그 어떤 자리보다 고통스럽고 힘들다.

서 있는 것조차 힘들고 앉는 것, 눕는 건 언감생심이다.

혹 누군가와 이 모습이 겹친다고 오해마시라.

누군가를 가리키는 거라고 상상하지마시라.

내가 딱 그 모습이다.

주변 사람은 다 내 맘 같지 않다.

희생, 사명감 그리고 각자의 부르심의 소명.

무엇보다도 감당할 그릇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큰 그릇인가, 작은 그릇인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낙수에도 패임이 없이 단단한 그릇인가.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도 깨지지 않는 그릇인가.

어두운 곳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윤기나는 그릇인가.

사명감, 꿈.

나는 그것이 있어서 이 자리로 오지 않았는가.

누가 불렀다고 온 자리가 아니지 않는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라.

그 자리가 바로 네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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