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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파랑 Apr 02. 2023

그리움은 바다 생물만을 향한 것은 아니다

결국 나도 인간이니 인간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알람이 아닌 닭 우는 소리에 시작되는 하루. 쓰레기를 치우고 산호도 새로 배치해 넣으며 환경을 정비해 놓은 바다에 과연 물고기들이 많이 찾아오는지를 확인하는 활동을 하기로 한다. 먼저 육지에서 활동 방법에 대해 배운다. 다양한 크기와 무늬를 가진 버터플라이피시 사진이 프린트된 카드를 거리 표시해 놓은 줄을 따라 무작위로 배치한다. 20m, 45m, 70m, 95m의 4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에 있는 버터플라이피시의 크기별, 무늬별 개체수를 파악한다. 다이브마스터와 함께 결과를 리뷰한 후 바다로 들어가서 다시 똑같은 과정을 연습한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유치원생 놀이 같은 활동이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지고 바로 실전에 들어간다. 거리 확인하랴 물고기 종류랑 크기 확인하랴 정신이 없다. 진짜 물고기들은 사진처럼 가만히 누워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돌아다니니 난감하다. 그래도 어찌어찌 활동을 마쳤다. 내가 한 일이 얼마나 의미 있고 도움이 될까 의심스럽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 추가로는 손색이 없다.


 활동 후 센터로 돌아오니 발리국제고등학교 학생 서른여 명과 대여섯 명의 선생님들이 왁자지껄 모여있다. 기관과 인연이 닿아 매년 2박 3일 일정으로 방문하여 해양 활동 외에 마을 아이들 영어 가르치기, 염전 농가 일손 돕기 등의 활동을 한다고 한다. 점심식사 후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는데 학생, 선생님, 스텝들에 껴서 나까지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학생들도 세명이나 있었는데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이제라도 이런 생각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 기쁘기도 했다.


  다시 바다에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하여 남은 오후 시간에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기로 한다. 마침 초등학생들의 축구 경기 대회가 있어 응원하러 간다.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루는 네 팀이 참가하여 토너먼트 두 경기, 결승전, 3,4위전까지 치르는 대회이다. 나름 팀마다 감독 선생님들도 있고 룰도 엄격하고 모두가 진심인 대회였다. 아이들도 어찌나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땀 뻘뻘 흘려가며 경기에 임하는지 나 또한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 후 시상식도 하고 간식도 나눠먹으며 축제를 즐긴다.


 도착한 날부터 나의 여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가 둘이 있다. 한 명은 레스토랑 대표의 딸인 아홉 살 ayu, 한 명은 레스토랑 대표의 조카인 스물한 살 bela이다. Bela는 우붓의 호텔에서 일하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어 공부도 열심인 청년이다. 한국인인 나를 만나고 싶어 며칠 휴가를 내고 고향을 찾은 것이다. 둘 덕분에 저녁도 같이 먹고 동네 구경도 다니고 보드게임도 하고 K-pop도 같이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보다 한국 아이돌과 k-pop을 더 잘 아는,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추는 둘의 모습이 신기하다. 다시 일하러 우붓으로 돌아가는 bela와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갖는다. 그래도 우리에겐 SNS가 있으니까. 언젠가 지구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기를. (먹통이 되어 고장 난 나의 아이폰 덕분에, 백업을 게을리한 나의 안일함 때문에 그들의 사진과 정보들은 모두 사라졌다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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