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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파랑 Mar 05. 2023

팔라우에서 펀다이빙이라니!!

이 아름다운 바다를 만나보렴~


 다음해 2월 설연휴, 또 친구 바걍과 함께 이번에는 팔라우로 간다. 스쿠버다이빙이 주목적인 여행이다. 사이판에서 체험 후 자격증 취득에 도전 중인 친구는 한국에서 이론 교육과 제한수역 교육을 마쳤고, 팔라우 바다에서 해양 실습을 하기로 한다. 역시나 계획을 세우는 것은 내 담당이다. 검색하고 선택하고 조율하는 행위는 정말 재미있고 흥분되는 일이다. 내가 세운 빡빡한 계획을 불평없이 따라주는 이가 있어 더욱 그렇다.


 팔라우 또한 세계 각국의 다이버들이 모여드는 다이버들의 성지이다. 아마 모든 다이버들의 위시리스트에 꼭 들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겨우 로그수 10회 갓 넘은 초보 다이버와 이제 발을 붙인 교육생이 찾기에는 너무 과하지 않은가 싶기도 했지만, 인생 어찌 될지 모르니 기회 있을 때 하자.


 미리 연락해 둔 한국인 강사와 현지인 마스터를 만나 야심찬 우리의 계획을 실행한다. 친구는 한국인 강사와 함께 가까운 바다에서 하루 교육을 진행하고 나는 현지인 마스터와 함께 펀다이빙을 하다가 둘째 날에 모두 같이 펀다이빙을 하는 일정이다. 한국인이 아닌 그러니까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 사람과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 처음이라 걱정이 되긴 했다. 바닷속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동안에야 말없이 몸으로만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문제 될 일이 없지만, 다이빙 전에 포인트 소개와 다이빙 경로 등에 대한 브리핑을 들어야 하는데 다행히 그림 자료도 있었고, 마스터가 친절하게 천천히 잘 설명해 줘서 안심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마스터가 돌봐야 할 인간이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걱정을 내려놓기로 한다. 


 첫 번째 포인트는 블루홀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블루홀. 움푹 파인 동굴 같은 지형과 햇빛에 바랜 파란 바다가 함께 만들어낸 풍경은 인간을 유혹한다. 체크다이빙 느낌으로 짧게 다이빙을 진행했지만 팔라우의 바다와 사랑에 빠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가 느낀 이 감동을 한국말로 나눌 이가 없어 현지인 마스터에게 그저 “Great!”, “Amazing!” 만 외칠 수밖에 없음이 조그마한 안타까움이랄까.


 두 번째는 블루코너이다. 블루홀이 지형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포인트라면 블루코너는 다양한 산호초와 수중생물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포인트이다. 조류 세기가 강하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심하지 않아 편안하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 온갖 다양한 물고기들을 쫓느라 두 눈이 너무 바쁘다. 나의 숨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감탄도 하고 미소도 지어가며 온전히 감동을 즐긴다. 물론 중간중간 나의 버디인 마스터에게 기쁨과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블루홀과 블루코너는 어드밴스드 레벨 이상의 다이버만이 입수 가능한 포인트이다. 과하다고 생각하며 무리하게 취득한 자격증이 요긴하게 쓰이니 이 또한 뿌듯하다.


 거의 모든 다이버들의 팔라우 다이빙 목적 중 하나는 만타레이를 만나는 것이다. 물론 그 영광이 모든 다이버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만타레이가 자주 출몰한다고 알려진 저먼채널을 찾았다. 마침 짝짓기 시즌이라 더 확률이 높기도 해서 기대감을 갖고 입수한다. 버디 마스터는 아무래도 나 하나만 돌봐도 되어서 그런지 나를 조금 자유롭게 다니도록 해주었다. 자신이 나를 지켜볼테니 안전만 주의하며 팔라우를 마음껏 즐기라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사실 아무리 펀다이빙이라고 해도 망망대해 속에 들어가면 안전상 항상 가이드를 주시해야 하고 함께 다이빙하는 사람들과 속도도 맞춰야 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버디 마스터의 배려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내가 가고 싶은 루트로 다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버디 마스터가 나를 다급히 찾는다. 버디 마스터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커다랗고 검은 물체가 다가오고 있다. 만타레이가 나타난 것이다. 놀라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만타레이를 지켜본다. 세 마리의 만타레이가 자유롭게 춤추듯이 유영한다. 그 존재감에 압도된 많은 다이버들이 미동없이 만타레이의 움직임을 지켜본다. 조용히 지켜보는 것 같지만 다들 속으로는 소리치고 흥분해 있는 상태일 것이다. 만타레이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으며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바로 내 위를 지나갈 때는 숨까지 참게 된다. 물 밖에 나와서도 만타레이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뭔가 이번 여행의 목표를 달성한 기분이다. 이제 남은 일정은 아무래도 좋다. 


 다음 날은 드디어 다이버가 된 친구와 함께 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나눌 친구가 있으니 어제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더불어 궁금한 걸 잔뜩 물어볼 수 있는 한국인 강사도 있으니. 초스피드의 배를 타고 거센 파도 맞아가며 도착한 포인트는 울롱 채널이다. 하얀 모래 바닥에서 빼꼼빼꼼 머리를 내미는 가든일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누가 지었는지 이름도 참 잘 지었다. 알록달록 예쁜 것은 아니지만 남다른 스케일의 테이블 산호, 양배추 산호들도 가득하다.


 두 번 째는 가까이 있는 씨아스 터널이다. 짧은 터널을 통과하면 파란 바다를 만날 수 있는데 절벽을 따라 자리한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가진 산호들과 잘 어울린다. 큰 물고기들 보는 것도 좋지만 산호 사이에서 밥을 먹는 또는 놀고 있는 아니면 잠을 자는 작은 물고기들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친구는 니모를 만나고 흥분했다. 친구야, 니모는 제주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어. 하지만 이해해, 나도 처음엔 박수치고 춤추고 난리였지.


 내가 먼저 경험한 새로운 세상을 친구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친구가 즐겁게 그 경험을 받아들여 줘서, 그리고 함께 이 아름다운 시공간을 공유할 수 있어서 기쁘다. 짧은 일정, 비행기 탑승 시간, 체력 등등을 고려하여 아쉽지만 다섯 번의 다이빙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쉬움이 남아야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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