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심은데 F 난다?

T+T=F ?

by 바다엄마

MBTI라는 것이 한동안 굉장한 유행을 했다. 인간의 성격유형을 16가지로 나눈 것인데 소개팅을 가도, 친구들을 만나도, 각종 매스컴에서도 MBTI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나조차도 사람들을 만나면 MBTI 이야기를 하기에 바빴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음, 아마도 너는 상상하는 걸 좋아하고 감수성이 뛰어난 편이니까 SF 맞지?"


"아, 너는 무조건 T야, T. 쌉T"


나의 MBTI는 ESTJ이다. 엄격한 관리자 성향.

MBTI 검사를 해보면 F는 눈을 씻어도 찾을 수 없는 100% T 적 인간이다. 완벽주의에 가깝고, 책임감이 강하며, 빈틈이 없고, 지나친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똑부러진다 혹은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는 편이고, 카리스마가 있다. 사람을 대할 때는 사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는 터라 비인간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츤데레라는 말을 많이 듣는 까닭은 나의 ESTJ적 성향과 남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이 충돌하기 때문이 아닐까?

남편의 MBTI는 ESTP와 ENTP를 왔다갔다 하는데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긴 하다. MBTI가 규정하기 힘든 성향이랄까. 무튼, 아들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T와 T가 만나 T를 이룬 쌉T 집안이었다.



나의 삼남매를 보면 같은 뱃속에서 태어나 많은 시간을 공유하면서 자랐지만 성향이 완벽하게 다르다.


나는 T, 남동생은 대부분 F이면서 가끔T, 여동생은 F 그 자체이다. 그래서 삼남매가 함께 대화를 할 때면 스파크가 엄청나다. 대부분의 대화에서 여동생은 말을 아끼는 편이다. 대화를 하다가 자칫 본인이 상처를 받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을 최대한 삼킨다. 남동생은 팩트를 말하고 싶어하지만 대부분을 감정 중심적으로 표현을 한다. 느낌적인 느낌 위주의 대화를 하는 편이다. 반면에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정제해서 말하지만(말한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F들에게는 그마저도 상처라고 한다. 그들도 인지하고 있는 현실을 내가 조목조목 짚어서 후드려패는 게 너무 큰 상처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정말로 의문이다.


"응, 그렇지. 맞아. 그치."


라고 대꾸를 하면


"내 말 듣고 있는거야? 집중 좀 해."


라고 하고


"현실적으로 그게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면


"하, 진짜. 너랑은 말이 안통해. 이제 그만 말해."


라고 하는데 날더러 어쩌라는 말이지?


"그럼 어떻게 말해야 되는거야? 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어렵다, 어려워."


F들과의 대화는 너무 어렵다.


남편(T)과의 대화에서는 사소한 감정의 긁힘은 있지만,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다. 그건 이치적으로 옳지 않아, 내 생각은 이래, 하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면 감정적으로는 크게 상처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어느 날은 우리 부부의 대화를 보고 있던 남동생(F)이 왜 둘이 결혼을 했는지 정말 잘 알겠다고 할 정도이다.


cats-8105667_640.jpg pixabay


그런데 바다가 태어난 뒤로는 '만약 우리 아들이 F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니 고민이 많아졌다. 남편과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눠봤는데 아무래도 T와 T가 머리를 맞대서는 해결책이 나지 않는다.


남동생(F) 말로는


"누나가 바다를 대할 때는 F처럼 공감하고 이야기를 하긴 하더라고. 근데 또 바다가 크면 어떻게 바뀔지 또 모르겠다,"


"음, 그럴 때는 이모랑 삼촌이 있으니까 괜찮아."


라며 은근슬쩍 동생들에게 SOS를 구했는데 매일 얼굴 보며 사는 사람은 아무래도 엄마(T)와 아빠(T)이기 때문에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사회라지만, 살 맞대고 사는 가족이 나와 너무 극적으로 다른 성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렵고 고민스럽다. 부모가 되어보니 확실히 사람에 대한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가족은 작은 사회라는 말이 딱 맞네.

작가의 이전글내.남.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