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육아일기
아기를 낳고 집에 돌아와서는 오롯이 우리 가족만의 시간이었다.
조리원에서 퇴소하고 집에 돌아온 첫날.
아빠가 함께 있는 걸 아는 듯이 얌전하게 오전 시간을 보내던 우리 아들 바다는 아빠가 출근하자마자 엄마 보란듯이 대단한 일들을 해냈다. 똥을 3번이나 싸고, 분유를 게워내기까지 했다. 조리원에서는 항상 선생님들이 해주셨기에 한 번도 똥기저귀를 갈아본 적이 없는 초보엄마는 허둥대기 바빴다.
일이 너무 바빠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법이 보장해 준 출산휴가도 쓰지 못한 남편이었기에 오롯이 엄마인 나의 몫이었다. 땀이 삐질거렸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한 번보다는 두 번이 쉽고 두 번보다는 세 번이 쉽더라. 똥기저귀 가는 건 금세 몸으로 익혀졌다.
중요한 건 시간이다.
아이랑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시계를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 하루 종일 바닥에 누워서 모빌 보기, 초점책 보기, 읽어주는 책 보기, 딸랑이 보기. 다른 동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먹다', '자다', '싸다', '보다'만 반복하는 아이를 하루 종일 돌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하고 현타가 올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자기야, 언제 와?"를 마음속으로 얼마나 외쳤는지.
그렇게 나와 바다의 첫 겨울이 끝났다.
나의 출산휴가 3개월이 끝나고 남편이 먼저 육아휴직을 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먼저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아들과의 관계 형성 때문이다.
"아들이랑 래포를 형성하려면 아기 때부터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하대."
"아기가 크면서 엄마만 찾을 텐데 아빠랑 지금부터라도 애착형성을 해야 한대."
남편이 강력히 읍소했다. 주변에서는 "남편이 먼저? 너는 괜찮겠어? 몸이 아직 다 회복이 안됐을텐데." 하고 걱정했지만 나도 내가 먼저 복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남편의 육아휴직을 기점으로 우리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남편은 매일 오전 10시 30분, 오후 12시 10분에 나에게 영상통화를 한다. 내가 오전 중 가장 한가할 때와 나의 점심시간이다. 가끔은 화장실에 가야 할 때도 있고 업무량이 많아 미처 못 받을 때도 있지만 아기 얼굴을 보는 잠시동안은 너무 행복하다. 영상통화를 하는 시간동안은 남편도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겠지.
아이가 커가면서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을 답답해 하기에, 남편은 시간을 보내려고 문센도 등록하고, 백화점도 가고, 산책도 나가며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문센에 아빠가 한명이어도 그쯤은 개의치 않는다. 용감하고 씩씩하게 육아 중인 남편이다.
매일 웃으며 장난치듯이 남편이 말한다. "오늘은 반차 쓰면 안 돼?" 장난치듯 말하지만 99.9%는 진심이라는 걸 난 알고 있다. 남편도 그 겨울의 나처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야, 언제 와? 오늘은 빨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