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했던 5개월의 대장정.

#육아일기

by 바다엄마

조리원에서 퇴소하자마자 산후도우미를 부르고 싶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3일 정도 도움이 필요했다. 당연히 1호로 SOS를 보낸 사람은 나의 엄마, 바다의 할머니.

엄마는 흔쾌히 연차를 쓰고 바다를 만나러 오셨다. 소중한 딸이 낳은 더 소중한 아기가 얼마나 예뻤을까. 엄마는 바다가 닳아 없어지기라도 할 듯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하루 종일 안고 또 안으며 온 사랑을 주셨다. 그러다 지니 가듯이 엄마가 말씀하셨다.

"아기 머리 모양이 좀 찌그러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런가?"

하고 그리드를 켜서 사진을 찍어보니 바다 두상이 좌우가 심각한 비대칭이지 뭐야. 삐뽀삐뽀 하정훈 선생님이 올린 소아 사두증 영상을 보고 이미 소아 사두증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걱정이 물밀듯이 찾아왔다. 심각각성을 느낀 나는 사진첩을 뒤적이다 발견하다 아주 중요하지만 놓치고 있던 한 가지를 발견했다. 사진첩에 그득한 '바다는 전부 오른쪽만 보고 있다는 사실'. 오, 소름.


급하게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예약을 잡고 예약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교수님 진료, 초음파 촬영, X-ray 촬영을 거쳐 얻어낸 바다의 진단명은 '선천성 근성사경'이었다. 뱃속에서부터 한 자세로 오래 있었거나 출산 과정에서의 충격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사경은 흉쇄유돌근의 두께가 달라서 고개가 기울어지는 증세를 보인다. 대개 한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말랑말랑한 아기 두상은 한쪽이 찌그러진 사두증으로 이어진다. 자, 결론은 우리 바다가 근성사경과 사두증이 같이 있다는 것이다.

사경의 부작용은 안면비대칭, 온갖 뼈들의 불균형 등 엄청나다. 다행인 점은 운동치료를 하거나, 안 되면 수술을 해서라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불치병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불치병이 아니라고 해도 무섭고, 두렵고, 미안하고, 불안했다.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편은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일 년에 한두 번 울까 말까 한 T형 인간인 남편은 아기 사경과 관련해서는 초F형 인간이 되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찌그러진 머리 때문에 옆으로 재워야 하는데 바뀐 자세가 불편한지 아기가 쉬이 잠들지 못했다. 울고 불며 힘들어하다가 지쳐 쓰러져서 잠들었다. 그 작은 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나 눈물이 터져버렸다. 바라보는 나도 엉엉 울어버렸다. 둘이 부여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하지만 우리는 힘을 냈다.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갓난쟁이 아기를 데리고 왕복 2시간 거리를 다니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자는 아기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 가방을 챙기고, 카시트에 앉혀 쪽쪽이를 물리고 운전하며 병원에 다녔던 지난 시간들.

1월부터 시작한 치료는 점차 나아지는가 싶더니, 3월에 급격하게 기울기가 한번 생겨 부모의 애간장을 녹였다. 갓 태어난 아기가 한쪽만 보고,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걸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 기울기가 갑자기 심해지자 남편은 무릎과 허리를 갈아 넣으며 아기의 스트레칭에 온몸을 바쳤다. 병원은 일주일에 한 번이었지만 가정치료에 갈아 넣은 우리의 시간은 겹겹이 쌓여갔다. 5월에 다시 검사한 초음파 촬영에서 교수님은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 하셨다. 드디어 5개월의 대장정이 끝이 난 것이다. 간단한 5개월이었던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길고 험난한 과정이었다.


대단한 아기, 장한 우리 아기. 엉덩이를 통통 토닥이며 무한으로 바다를 칭찬했지만 사실 누구보다 칭찬받아야 하는 건 나와 남편이었다. 험난했던 5개월의 대장정을 이겨내고 우리 아기는 이제 곧게 고개를 가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아프면 가슴 한편을 납덩이가 누르는 것처럼 내내 마음이 무겁다. 우는 아기가 아플까 봐, 힘들까 봐 속상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질 것이라 희망을 가졌다. 힘을 내고 매일을 반복해 나갔다. 힘이 들 땐 힘을 내야 한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겪어보니 그제야 알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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