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점심 즈음, 나의 바다를 만났다.
무통 주사 효과가 워낙 나한테 잘 들어맞았고 분만속도가 빨라서 아기는 금세 태어났다. 무통주사는 정말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고 단언한다. 무통주사 없이 아기를 낳는 모든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특히 우리 엄마는 무통주사 없이 어떻게 애를 셋이나 낳으신 걸까. 내가 새벽에 잠시나마 느꼈던 진통은 그 진통에 비하면 십만 분의 일도 안될 것이다.
나의 분만과정은 나름 수월하고 빠르고 쉬웠다. 자연분만을 마음먹더라도 아기한테 어떤 이슈가 있거나 주수가 꽉 찼는데도 나오지 않으면 유도분만 실패 후에, 제왕절개 엔딩으로 끝이 나곤 한다. 그런데 나는 양수가 터짐과 동시에 진통이 시작됐고, 무통효과도 좋았고, 바다가 금세 내려왔고, 바다 머리통과 몸무게도 작았고 모든 것이 수월했다. 마지막에 숨참고 힘주는 몇 번이 조금 힘들었지만 "다시는 못해!" 까지는 아니었달까.
그렇게 만난 바다는 작고 쭈글쭈글한 귀여운 외계인 같았다. 입체초음파를 찍지 않아서 실제 모습이 더욱 궁금했었는데 세상에 나온 지 10분 만에 눈을 뜨고, 또렷하게 나와 마주한 아기는 너무 신기했다.
- 정말로 내가 낳은 게 맞나?
- 이렇게 작은 아기가 어떻게 뱃속에 있었지?
- 아빠랑 똑같이 생겼네!
무통주사가 잘 맞았다고는 하지만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회복실에서 전화통화하다가 우웩, 미역국 먹다가 우웩. 두 번의 구토를 하고 누워서 회복을 하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아기를 낳은 게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 긴 하루였다.
자연분만은 정말로 회복이 빠르다더니, 출산일 저녁에 바로 걸을 수 있게 된 나는 신생아실로 내려가 뽀얗고 보송해진 나의 바다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반가워, 바다야. 엄마야."
내가 엄마라니. 이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