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책은 왜 그림이 적을까?
이상한 나라 앨리스 초반을 보면 앨리스는 언니가 가져온 책을 보며 그림 없는 책을 무슨 재미로 보냐고 말한다. 앨리스 언니는 '세상에는 그림 없어도 좋은 책이 많단다.'라고 한다. 사실 좋은 정보는 영상이나 그림보다는 글에서 더 찾기가 쉽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그림 없어도 좋은 책이 많다기 보단 대부분 좋은 책, 정확히 말하면 옛날에 나온 고전 명작일수록 그림이 없는 책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로 작업하는 게 더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책 쓰는 사람 대부분이 글쓰기, 지식 관련 전문가다. 이런 분이 그림을 한 장씩 그릴 실력까지 갖추는 건 효율이 적다. 화가에게 외주를 보내 글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를 넣는 게 대부분인데 옛날 시대일수록 해당 작업을 하기 힘들었다.
화가를 찾아 글을 읽게 하고 내용을 이해시켜 그림 그리게 하면 그만큼 책을 출품할 시간이 지체된다. 때문에 그림을 안 넣거나 적게 넣는다. 지금까지 읽히는 고전 명작은 원본에 그림이 없거나 적다. (대신 현대에 재출판시 그림 작가를 구해 이해를 돕는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넣는다.)
예시를 보자.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했고 지구와 달은 45억 년 전에 탄생했으며 태양계는 45억 6800만 년 전에 나왔고 인류 역사는 호모 사피엔스를 기준으로 하면 약 30~20만 년 전부터 시작했다.'라는 문장을 글, 그림, 영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많은 수고와 시간이 걸릴까?
글은 작성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림으로 한 장씩 그리는 건 그림 기술도 필요하고, 영상으로 만드는 건 더 고생해야 한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자세한 내용과 지식은 유튜브 영상, 그림책보다는 글이 중심인 책에 더 방대하다.
유튜브 영상은 협회, 전문가가 직접 운영하는 계정이 아니면, 대부분 개인 계정이라 크리에이터가 비슷한 내용을 참고해 작업하는 게 대부분이다. (심하면 복붙 하는 사람도 있다.) 대중성도 잡아야 하니 유튜브로는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긴 힘들다. 책은 다르다. 전문적인 이야기도 넣고 새로운 관점과 지식, 과정을 설명하며 회로를 넓혀 준다. 여기서 핵심 내용만 영상, 그림 등으로 재가공한다. 정보 영상 시작은 결국 책에서 시작한다.
때문에 책 중 그림 없어도 좋은 책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많은 고전 책이 그림이 없거나 몇 개 없다. 대부분 고전 철학책은 물론이고 유명한 문학소설 데미안, 앵무새 죽이기, 과학 저서 이기적 유전자도 그림이 없다. 왜냐면 작가 입장에서 그림은 필요 없는 요소니까. 글로 승부 보면 되니까.
물론 그림 있다고 내용이 별로인 책이란 게 아니다. 앞서 말했듯 과거에는 삽화 작업 따로 하는 게 힘들 던 시절이고 현대는 다르다. 하지만 아직도 모든 정보 매체 시작은 글에서 시작하고 영상, 그림, 인터넷에 찾기 힘든 정보는 책에 숨겨져 있다. 그걸 발굴하고 가공해 세상에 내보내는 건 읽는 이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은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보며 왜 좋은 내용은 글로 존재하는지 이야기했다. 부디 영화를 풍부하게 보게 해 주고 더 생각을 깊게 만들어주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 마친다. 다음에도 앨리스 관련 이야기로 찾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