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이맘 Feb 09. 2022

우리만의 방법을 찾기까지

할 말 많은 모유수유 이야기

어릴 적 내가 돌이 한참 지난 후까지도 모유를 먹었다는 엄마의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어디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는지 나는 모유 수유가 당연히 될 줄 알았다. 그것도 아주 잘.     


내 기대와는 반대로 영이는 모유 수유 첫날부터 모유 수유를 하려고만 하면 젖병을 내놓으라고 꺼이꺼이 숨넘어가게 울었다. 

아무리 시도를 해도 모유 수유를 하려고만 하면 얼굴이 터질 것 같이 자지러지는 아이를 보며 

‘산전 교육에서 아이가 젖병에 적응하기 전에 모유 수유를 해야만 잘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벌써 젖병에 적응한 것인가?’, ‘왜 병원에서는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분유를 먹인 것인가?’, ‘내가 제왕절개를 해서 모유를 바로 먹이지 못했던 것인가?’ 고민했다. 


거기에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산부인과, 모유 수유센터 그리고 산후조리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중 누구 말을 따라야 할지 판단할 여력도, 괜찮다 자신을 위로할 여유도 없었다. 그러던 중, 자지러지는 아이를 보며 그냥 분유 먹이라는 신랑의 한마디에 내가 부족하다고 탓을 하는 것만 같아 서운함을 가득 느끼고 엉엉 울기도 했었다. 유리처럼 투명한 정신과 갈대처럼 흔들리는 마음으로 책도 읽어보고, 블로그도 찾아보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았지만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하물며 산후조리원에서 모유 수유 전문가 선생님들은 아이가 모유를 거부하는 이유를 자세가 맞지 않아서라며 자세를 교정하러 오기도 하셨다. 그러나 아이는 어떤 자세에도 격렬히 거부 의사를 표현하였고, 아이가 고집이 세다며 모두가 포기하고 돌아가셨다.     


전문가들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30분을 넘게 모유를 먹이겠다고 씨름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며, 내가 이 아이에게 무엇을 강요하고 있는 것인가 싶었다. 

그제야 엄마의 욕구와 아이의 욕구가 서로 다른 지금, 두 사람의 욕구를 절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고, 우리는 서로에게 적응하여야 하는데 나는 계속해서 아이가 아닌 다른 대상들과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있었구나 싶었다.     


더 이상 시도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 와서야 우리가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냈다(참 오래 걸렸다). 그리고 아이가 끝까지 모유 수유를 거부한다면 그 또한 존중해야 하는 거라고 마음을 먹으며,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모유 수유를 기필코!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아닌, 모유 수유가 우리에게 맞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였다.     


나는 모유를 우선으로 먹이면서 아이가 거부 의사를 표현할 때는 "너무 배가 고파서 지금은 모유를 먹을 기운이 없구나? 그래. 지금은 분유를 먹자. 분유 먹고 힘내서 다음에는 모유 먹어보자!" 하며, 아이의 거부 의사도 존중하고, 나 자신을 이해시키기도 하며 신생아실에 분유를 부탁드렸다. 


그런 나를 보며 신생아실 선생님들은 "아이가 엄마를 이겨 먹네" 하며 나가시곤 하셨다. 그때마다 나는 아이가 엄마를 이기려는 것이 아닌, 우린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적응하기 위해 연습 중인 거라고 서로를, 아니 나를 위로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아이는 빠는 힘이 늘어났고, 서로의 자세와 속도에 적응하며 마침내 모유 수유에 적응했다.     


험난했던 모유 수유를 함께 맞춰가며 우린 서로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나는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엄마라는 사실과 아이는 자신의 의사를 격렬하게 표현하는 기질이라는 사실이다. 


모유 수유를 통해 우리는 서로가 참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후로도 우린 주변에서 “엄마를 이겨 먹네”, “아이가 고집이 세다.”, “아이가 엄마 안 무서워하지?” 등의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만, 그 이야기를 불편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우리는 어려운 상황들을 해결하는 우리만의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 생각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 : 무럭무럭 자라는 너와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