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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Oct 12. 2021

똥꼬발랄한 우리집 강아지 미샤는요~~


우리 강아지 미샤는요~~


영화 '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전지현처럼 가끔은 엽기적이고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팔, 다리도 길쭉해서 강아지계의 전지현이랍니다. 연기 또 얼마나 잘하는지 금방 훅 빠져든답니다. 특히 촉촉한 눈 연기는 주연급이에요. 그 눈빛에 넘어가서 간식이 하나씩 하나씩 자꾸 나온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 말이에요. 절한 눈빛 연기! 어떻게 하면 식구들의 마음이 약해지는지 파악하고 있어요. 정말 영리한 아이예요. 온라인에 많이 퍼져있는 똑똑한 강아지 테스트 따위는 아주 쉽게 통과해요. 참 우리 집 강아지 '미샤'는 푸들이랍니다.


미샤는 식구들을 좋아하는 똥꼬 발랄한 아이예요. 식구들 중 누구라도, 단 몇 분만이라도 나갔다가 들어오면 마치 몇십 년 만에 만난 것처럼 격하게 반겨준답니다. 가끔은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식구들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알기에 간식으로 답하기도 한답니다.



책임감이 강하고 정이 많은 미샤는 식구들과 놀아주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식구들에게 공놀이의 즐거움을 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해요. 한번 시작된 공놀이는 '네버엔딩 놀이'가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식구들과 교감을 하고 싶어하는 미샤의 마음을 조금은 알기에 응해준답니다. 티브이 보면서 건성으로 공을 던져주면 안돼요. 그러면 섭섭해하고 삐진답니다. 푸들은 다리가 약하다고 해요. 애처로운 눈빛 연기에 말리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과감히 끊어줘야 한답니다.


공놀이 후엔 집안에 널려있는 삑삑 소리 나는 장난감을 밟거나 깔고 앉으면 안돼요. 그건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린거예요. 간신히 끝난 네버엔딩 공놀이가 또다시 시작된답니다. 미샤가 건강하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하지만 모두의 휴식을 위해 반드시 조심해야 해요.



지치지 않을 것만 같은 미샤도 쉬고 싶을 때는 정확히 의사표현을 해요. 안전가옥인 케이지에 들어가서  똬리를 틀고 편하게 잠을 청한답니다. 포근하고 보드라운 까만 털 뭉치 같아요.


참, 우리 미샤는요. 배변판에 응가나 쉬를 아주 잘한답니다. 가끔은 삑사리도 나지만 뭐 흔한 일은 아니에요. 정확히 배변판에서 일을 치르고 내려올 때의 그 당당함. 온 우주를 구한 듯한 발걸음이랍니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당연한 듯 도도한 표정으로 간식을 요구해요. 폭풍 칭찬과 함께 간식을 줘야해요. 안 그러면 승질을 내면서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을 파바박 긁어요.


미샤처럼 당당하게 생색내야겠습니다!!


잘 먹고 잘 싸기만 해도 칭찬받는 미샤를 보면서, 문득 저를 칭찬해주고 싶어집니다. 저는 식구들의 건강에 진심인 주부입니다. 식구들을 위해 '영양소 골고루 밥상'을 준비해요. 뿐만 아니라 식구들이 집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청소며 빨래며 집안일을 꼼꼼히 한답니다. 지친 하루를 집에서 편하게 풀 수 있도록 가끔은 식구들의 짜증도 받아주고 있답니다. 제 마음도 상하고, 힘도 들지만 사랑으로 하는 일이기에 으쌰 으쌰 기운을 내봅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저에게 오늘은 폭풍 칭찬과 함께 맛있는 간식을 사 먹을 기회를 줘야겠습니다. 직접 만드는 수고를 하지 않고 당당히 사 먹을 거예요. 내친김에 저의 수고를 식구들에게 생색내면서, 오늘 저녁은 외식하고 싶어 집니다.


미샤처럼 당당하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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