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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Apr 14. 2022

상추 쌈밥 먹는 강아지


참 희한한 일입니다.

울 집 강아지 미샤는 닭고기보다 상추를 더 좋아한답니다. 저희가 상추쌈을 먹고 있으면 미샤는 식탁 주위를 빙빙 돕니다. 상추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거죠.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면서 리와 엉덩이를 흔들기도 하는데요. 요래조래 비트를 쪼개는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습다. 설거지하면서 막춤 추는 저를 닮았습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는다더니. 옛말 그른 것 없는 듯합니다.   


조그맣게 뜯어 낸 상추에 밥풀 몇 개를 넣어 돌돌 말아요. 미니 쌈밥입니다. 미샤는 아삭아삭 맛있게 먹습니다.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 싶답니다. 쌈밥을 먹고 슬렁슬렁 걸어 다니는 미샤의 뒤태에 저는 또 쓰러집니다.

 

씰룩씰룩거리는 미샤의 궁둥이는 정말 치명적이거든요. 제가 식탁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면 미샤는 눈치를 채고 도망 다닙니다. 꼬리 치면서요. 궁둥이가 행복해 보입니다. 잡히면, 할 수 없다는 듯이 '궁디 팡팡'허락합니다. 제가 미샤 엉덩이를 가볍게 팡팡 두드리고 나면 헤~~ 웃는 얼굴로 유유히 가던 길을 간답니다.


쌈밥'궁디 팡팡' 놀이에도 저렇게 행복하고 유쾌할 수 있는 미샤를 보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미샤처럼 살아야 하는데..." 밥을 먹고 있던 남편이 웃으면서 묻더군요. "개처럼 살고 싶다고?" 어감이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늘 행복해하는 미샤처럼 사는 것도 조금은 괜찮아 보입니다.


사실 저는  지수가 높은 성격이었습니다. 20대, 30대 때는 조금 심했었습니다. 불안했기 때문에 쉽게 만족하지 못했답니다. 행복해하지도 못했고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았었답니다. 눈앞에 있는 문제들이 완벽하게 해결될 때, 그때 행복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없더라고요.  일이 해결되면 바로 또 다른 걱정거리나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마치 행복이 삶의 목표인 것처럼 돼 버렸습니다. 퍽 어리석었습니다. 식구들과 함께 밥 먹는 순간에도,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에도 행복은 곁에 있었던 거였습니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그의 저서 '적정한 삶'에서 행복의 빈도를 높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뇌는 강도보다는 빈도를 기억한다고 합니다. 한 번에 세게 행복을 누리는 것보다는 자잘하게 좋은 일이 많은 날이 행복한 날로 기억된다고 하네요.


공을 물고 오는 미샤의 얼굴이 빛납니다. 오늘이 제법 행복했나 봅니다.


자잘한 행복을 자주 느낀 좋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세게 한방 오는 행복도 기다려봅니다.

 미샤가  똥 꿈을 꾼 저는... 어제 로또를 든요.^^


헤~~웃는 미샤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미샤 궁둥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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