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발행을 누를 때 여전히 손이 떨립니다.
브런치에서 보낸 브런치 활동 결산 리포트를 클릭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87일이 됐고, 21개의 글을 발행했네요. 하지만 여전히 발행 버튼을 누를 때는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마치 운동장 열 바퀴를 전력질주한 느낌입니다,
저는 소심 대마왕입니다. 첫 글을 발행할 때 기억이 생생한데요. 태블릿을 째려보면서 '발행을 눌러? 말아?'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읽기나 하겠어? 그래. 과감히 누르자.'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손이 덜덜 떨리더니 머리까지 흔들렸습니다. 입안에 있는 침은 다 말라버렸고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었습니다.
갈 길 잃고 방황하고 있는 오른쪽 손을 조금 덜 떨고 있는 왼손으로 꽉 잡고 발행을 클릭했습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내쉬면서 진정하려 했지만 설렘, 흥분 그리고 떨림은 한동안 가라앉질 않더군요.
긴장감에 말라버린 목을 축이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갑자기 '띵똥'하더니 'ㅇㅇ님이 라이킷했습니다.'라고 뜨는 거였습니다. 라이킷이 뭔지도 모르던 저는 검색을 해봤습니다. 라이킷! 이름처럼 좋은 거였습니다.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저는 브런치에 스며들었습니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저에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신세계였습니다.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 작가님들의 슬픔이 전해져서 눈물도 났습니다. 역사 작가님들의 깊이에 놀라기도 하고, 시와 소설을 쓰시는 작가님들의 기막힌 발상 전환에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브런치와 사랑에 푹 빠졌지만 부작용이 하나 생겼습니다.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습니다. 정말 글을 잘 쓰시는 작가님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읽었던 모든 글들이 맛깔났습니다.
소심한 저는 더 소심해졌지만 수줍어하면서 살포시 발행 버튼을 클릭했습니다. 세 번째 발행한 글 [소보로빵으로 소심하게 대든 며느리입니다]가 다음 메인 화면에 올랐습니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 후에도 글 몇 편이 다음 메인과 카카오 뷰에 실리면서 즐겁게 조회수 폭탄도 맞아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럴수록 발행을 누르는 손은 더 떨렸습니다. 아마 욕심이 났던 모양입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쓴 글을 올려도 되는지,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건지 생각이 많습니다. 그래서 재고 또 잽니다. 고기도 아닌데 자꾸 작가의 서랍에 재어 놓고만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결산 리포터를 받았습니다. '라이킷이 상위 5프로'라는 부분에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소심 대마왕인 제게 힘을 주시는 독자님들과 작가님들이 많이 계셨던 겁니다. 또 한 번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과 격려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떨지 않고 발행을 누르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