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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Nov 12. 2021

아들, 군생활 18개월 훅 간다고 하네

논산 훈련소에서 편지가 왔다.


아들이 논산 육군 훈련소로 입소하고 2주 정도가 지난 후였다. 입소하는 날 입었던 옷, 신발과 함께 두툼한 편지가 택배로 왔다. 입소 첫날부터 일기 형식으로 쓴 편지였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훈련소로부터 온 택배를 받으면 울컥해진다고 한다. 나 역시 코끝이 찡해지고 먹먹해졌다. 편지를 읽으면서 아들의 감정에 이입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 소자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사오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로 시작되는 편지는 읽는 내내 마음이 찌릿찌릿했다. 편지에서 행간이 읽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이 쉽지만은 않지만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에, 군생활을 했던 남편은 '잘 적응하고'에 포인트를 줘서 읽고, 엄마인 나는 '적응이 쉽지만은 않지만'에 강조점을 찍으면서 읽었다.


그렇게 안심반, 걱정 반을 하고 있을 때, 논산 훈련소에 있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편지를 쓸 당시만 해도 군생활에 대한 걱정으로 맘이 편치 않은 시기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생각들이 정리되고 선명해졌다면서 밝게 이야기를 했다.


자식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부모 마음이다. 안심이 됐다.


남편은 밝은 아들의 전화 목소리에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야. 아빠 때는 말이야...." 해서는 안될(?), 군인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그 말을 무의식적으로 내뱉고 '아차' 하는 눈치였다. 복무기간이 예전에 비해 단축됐고 편해졌다고 하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나 긴장의 체감은 비슷할 것이다.


요즘은 자대로 이동한 후에는 핸드폰을 쓸 수 있다고 한다. 핸드폰으로 소통이 익숙한 지금의 청년들이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고립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의 입대 전에 람들의 목을 받았던 넷플드라마 D.P. 를 나는 볼 수가 없었다. 잔인한 영화나 공포영화를 못 보는 쫄보이기도 하지만, 폭력적인 군대 이야기라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기도 전에 군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받는 것도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대신 짧은 리뷰들을 찾아 읽어보았다. 폭언과 폭력이 묵인되는 군대에서 인권을 잃어가는 장면들이 떠올라 맘 한 구석이 저려왔다.


군인들, 입대를 앞둔 청년들 그리고 아직은 어린 아들들이 걱정 없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그런 군대이길 바란다.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우리 자식들의 봉사와 수고를 고마워하는 대한민국의 한 엄마로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전역을  달 앞둔 아들이 있는 친구가 그런다. 마냥 어려만 보이는 아들이 입소하던 날 엉엉 울었었단다. 하지만 자대 이동 후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다 보니, 괜한 걱정을 했었던 것 같다고. 

"매일 매~~일 쏟아지는 울 아들 카톡에 피곤혀. 호호호."

어느새 전역이라면서 18개월이 훅 갔다는 말도 덧붙인다.


친구 아들이 이 말을 들으면 뒷목 잡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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