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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빵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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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Nov 19. 2021

쌉싸름 베이킹소다가 완성한 달고나 추억


배구선수셨던 엄마의 등짝 스매싱은....


어렸을 때 동생들을 선동해서 달고나를 만들곤 했었다. 설탕을 국자에 부어서 녹이고, 젓가락에 식소다를 콕 찍어서 저으면 완성이었다 . 이 작당모의의 결말은 항상 엄마의 등짝 스매싱으로 끝났었다. 엄마는 고등학교 시절 배구 선수셨다. 배구공을 강력한 스파이크로 상대팀 진영에 내리꽂는 공격수셨다. 그 매서운 손맛이 등짝에 닿는 순간 눈앞에 별이 보였었다. 다시는 이 짓을 하지 말자 다짐했었다. 하지만 중독적인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고 그 후로도 눈앞의 별은 여러 번 반짝였었다. 벌한 엄마의 시선과 등짝의 아픔 따위는 금방 잊혀졌다. 기특한 맛을 가진 그 시절 달고나였다.



그렇게 나의 별명은 인사동 하늘 아래 울려 퍼졌다.


아들이 7살 때였다. 작은 화랑 등 볼거리가 많은 인사동 나들이를 우리는 종종 했었다. 특히 달고나 뽑기는 우리 모자가 가장 즐기는 코스였다. 그날도 달고나 뽑기 아저씨가 있었다. 아들이 도발을 해왔다.


"엄마, 한 판하자요. 나는 침을 묻혀서 할 수 있고, 엄마는 그냥 해야 해.

엄마는 나보다 경험치가 많으니까 그래야 공평해요."


이렇게 달고나 뽑기 시합이 시작됐다. 결과는 나의 3판 완승이었다.

7살이면 한창 자신감 뿜뿜에 '내가 젤 잘 나가' 포스가 잘잘 흐르는 나이다. 아들은 인사동 한복판에서 엉엉 울면서 앞에 앉아있는 뽑기 아저씨에게 뭔가를 일러바치듯이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엄마는 변비 똥파리예요. 엉엉엉"


우리 집에서 나는 변비 똥파리로 불린다. 변비 때문에 아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엄마는 변비라 몸안에 똥이 가득 있으니까 변비 똥파리란다. 나름 완패의 분노를 그렇게 엄마 망신주기로 풀었나 보다. 이런 식으로 인사동 뽑기 아저씨와 내 별명을 공유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달고나의 완성은 젓가락 끝에 살짝 찍힌 베이킹 소다다.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준 달고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 꼬집의 재료가 있다. 바로 식소다다. 달고나의 주재료는 물론 설탕이다. 하지만  위에서 녹고 있는 설탕에 식소다를 넣고 저어주어야 비로소 달고나가 된다.


식소다는 제과와 제빵에도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베이킹 소다라고도 한다. 베이킹 소다는 레몬, 초콜릿, 설탕 등 산성 재료를 만나면 반응을 일으켜 반죽을 부풀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옆으로 퍼지면서 부풀어 오르는 특성이 있어서 제과에 주로 사용된다. 과자를 구울 때 사용하면 결과물에 황갈색을 띠게 하기 때문에 진한 색의 구움 과자나 초콜릿 등이 들어가는 제품에 쓰인다.


제과제빵 자격증 따고 만든 첫 작품입니다.^^


달고나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베이킹 소다는 끓는 설탕과 반응해서 이산화 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달고나 내부에 공기가 스며들면서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그로 인해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으면서, 입에 넣었을 때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빵과 과자를 더욱 먹음직스럽게 만들고, 달고나를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은 베이킹소다다.




달고나가 유행이다. 반가운 마음에 무려 2킬로그램을 주문했다. 입이 심심할 때 오도독 오도독 씹어먹기도 하고, 달고나 아이스라테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달고나는 설탕의 달달함과 베이킹소다의 쌉싸름한 맛이 같이 살아 있어서 더 맛나다. 어째 달콤하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쓰지만도 않은 내 인생을 닮은 듯하다. 그래서 더 정이 가고 내 입에 짝짝 붙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달달하기도, 쓰기도 했던 내 추억도 같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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